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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2

2월 4일 오전 5시 51분* 외 6편 - 이신율리 (아르코 창작 기금 발표 지원 선정작) 2월 4일 오전 5시 51분* ​ ​ 듣기 평가 중 ​ 왼쪽 귀를 향해 사라지거나 멀리 있는 귀를 향해 소리가 소리를 지나치는 ​ 미칠 수 없어 차분해지는 계절 을 빌리고 싶다 ​ 악센트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환절기는 싸락눈을 몰고 왔다 ​ 포플러 이파리가 발등을 쓸고 갔다 ​ 후드티를 입고 새 학기 마스크를 썼다 주머니에 현기증 나는 단어들을 찔러 넣고 나비는 아직 출발하지 않았다 ​ 앞뒤 없이 듣기 평가는 계속되었다 ​ 일상을 일생으로 듣자 스피커에선 비발디의 여름이 출렁 ​ 마우스를 클릭했다 쉬는 시간엔 귀가 열리는 까닭을 모르고 이월과 이월 사이에서 벨이 울렸다 ​ 검색창에 평형이라고 쓰자 기억술과 초록 혈관이 떴다 이 조합은 무엇일까 ​ 사라진 왼쪽이 궁금했다 쉬지 않고 쉬는 시간은 끝이 났다 .. 2023. 3. 17.
식탁은 자꾸 살아난다 나는 아보카도를 생각한다 - 이신율리 『문장웹진』 2022년 8월호 식탁은 자꾸 살아난다 나는 아보카도를 생각한다 - 이신율리 식탁의 무표정한 생각을 썬다 아보카도를 듣는다 아보카도를 먹은 뉴스가 식탁으로 미끄러진다 자글자글한 여름휴가 아보카도 카나페, 초 간단 레시피에 물을 뿌린다 식탁이 살아난다 소문을 듣지 않아도 꽃무늬 식탁보를 깔지 않아도 아버지는 트럭을 몰고 왔다 트럭이 오는 날이면 세상은 꽃처럼 터졌다 식탁이 자꾸 살아난다 식탁에서 가장 튼튼한 곳은 팔꿈치가 닿았던 자리 아버지와 함께 앉았던 자리가 살아난다 우리는 서로 다른 말을 했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보카도를 생각한다 트럭의 뒤꿈치를 닮은 아보카도를 심는다 심기만 하면 생각대로 돋아날 것 같아서 아보카도가 살아난다 새싹이 돋아날 때까지 탬버린을 연주했다 뿌리가 자란다 거짓말처럼 이파리가 커다란.. 2022. 8.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