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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나야/발표 시

식탁은 자꾸 살아난다 나는 아보카도를 생각한다 - 이신율리 『문장웹진』 2022년 8월호

by 이신율리 2022. 8. 17.

식탁은 자꾸 살아난다 나는 아보카도를 생각한다 

 

-  이신율리

 

 

 

  

식탁의 무표정한 생각을 썬다 아보카도를 듣는다

 

아보카도를 먹은 뉴스가 식탁으로 미끄러진다 자글자글한 여름휴가 아보카도 카나페, 초 간단 레시피에 물을 뿌린다 식탁이 살아난다

 

소문을 듣지 않아도 꽃무늬 식탁보를 깔지 않아도 아버지는 트럭을 몰고 왔다 트럭이 오는 날이면 세상은 꽃처럼 터졌다 식탁이 자꾸 살아난다

 

식탁에서 가장 튼튼한 곳은 팔꿈치가 닿았던 자리 아버지와 함께 앉았던 자리가 살아난다

 

우리는 서로 다른 말을 했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보카도를 생각한다

 

트럭의 뒤꿈치를 닮은 아보카도를 심는다 심기만 하면 생각대로 돋아날 것 같아서 아보카도가 살아난다

 

새싹이 돋아날 때까지 탬버린을 연주했다 뿌리가 자란다 거짓말처럼 이파리가 커다란 식탁이 살아난다

 

식탁으로 소문이 걸어오는 동안 아보카도 샌드위치에 하루를 얹는다 우거지는 식탁을 생각해서 쉬지 않고 아보카도가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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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2022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