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사람들
몇일전 운동하면서
TV에서 사자들이 득실거리는 우리안에
살아있는 소를 짐짝부리듯 내려 놓으니
소는 살아남기 위해 뒤뚱거리며 발버둥치고
굶주린 사자는 달겨들어 금새 사지를 찢고
우리 밖에서 좋다고 박수치는 사람들
중국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군부대가 들어오지 못하게 데모하면서
살아있는 돼지 네다리를 묶어서
사방에서 잡아당겨 사지를 찢었다는
이 일은 경기도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낮에 시골에 계신 엄마랑 통화를 했다
엄만 위에 두 이야길 다 봤단다.
어젠 올케가 전화를 해서
' 어무이예~ 꿩 한마리 잡았는데 아부지 잡수실랑가예~?'
밭으로 가져와 보니 꿩이 알을 낳았더란다
아버지께서 알 낳은 걸 어찌 잡아먹느냐구
엄마가 날려주면서 그랬단다
' 멀리 날아가 잡히지 말고 알 낳아 잘 살아라'
꿩은 숨도 쉬지 않고 금강을 건너 옥녀봉쪽으로 날아갔단다.
16년을 이쁘게 키워 지난 2월에 별나라로 간 이쁜이가 있었다.
군에 가서 금요일이면 집에 오는 큰아들
주일이면 꼭 오후에 강아지를 만나러간다.
갔다 와서는 꼭 살아있는것처럼 말을 한다
'엄마 찔레꽃도 피고 싸리꽃도 피어서 삐삐 심심하지 않게 잘 놀고 있어'
겉으론 웃지만 아직도 가슴속엔 눈물이 흐른다
길을 가다가 개미가 눈에 띄면 발을 옮겨 놓는것이 사람인데
어찌 이리도 세상이 강팍해져 가고 있는 것일까
이럴땐 세상이 짙은 회색빛이란 생각이 가득하다.
갑자기 정 많은것도 탈이란 유행가 가사가 생각이 나네
난 분명 정 많아서 탈인게야
2007. 5. 27. 杏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