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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 발목들/전라도

남쪽으로 남쪽으로 1.(내소사, 채석강, 목포)

by 이신율리 2007. 11. 10.

 

남쪽으로 남쪽으로..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길을 달린다.

착한 가을이 잘 다녀오라고 내가 어렴풋이 도심을 떠나가네

냅다 달리는 서해안 고속도로의 아침향기는 언제나 똑같이 싱그럽다

키만한 지도를 펴고 갈 곳을 콕콕찍어 눈 맞추느라 신이 났네

 

2박 3일의 여정이 다닥 다닥

변산반도 태안반도 일정에서 엇저녁에 느닷없이 끝자락인 목포에서 홍도를 만나는 일로 바뀌어 버렸다.

 

 

가을이면 상사화를 3절까지 노래하던 '선운사'가 첫 걸음이다.

기대했던 단풍은 쌩뚱거렸지만 선운사로 가는 길에 울긋불긋 사람꽃이 단풍보다 더 곱다

복분자 쥬스에 무화과 국화차가 발목을 잡는다

상사화의 붉음은 어디 갔을까 파란 잎파리만 철없는 봄처럼 수북하네

무화과를 오물거리고 햇덩이 같이 큰 홍시에 마음을 뺏겨 한아름 안고서

다음 여행지인 변산반도로 달려 나간다

 

변산반도 '채석강'을 가기전 '내소사'의 전나무 숲길을 걷자

척척 길도 잘 가르쳐주는 네비가 신기하다며 중얼거리다 보니 내소사네~

함께 걷고 싶은 길로 선정되었다는 전나무 숲길에서 큰 숨 들이 쉬는 소리가 노래같다.

전나무 길이 끝이 나니 아름드리 단풍나무가 맘씨 좋은 아줌마 같으네

절에 오르는 길도 가을은 수줍어 붉고..

 

 

내소사

내 이렇게 단청없이 단아한 멋이 나는 절은 별로 만나질 못했다

내 기억에 영주 부석사를 젤로 꼽았는데

내소사는 옛 것 그대로 보존이 수수해 좋은데 어느면은 방치 수준이랄까..

절 형태도 다른곳과는 다르게 가운데 턱허니 자리 잡은것이

스님들이 잠자고 밥하는 일반 가정집 같은 모습이 신기하다

너무 궁금해서 살짝 들어가니 꼭 어려서 만났던 뒷집 모습이라

대웅전의 꽃살도 퇴색됐으나 단정하고 그런데 아무리 둘러도 스님 한분도 눈에 띄지 않으니

스님들 다 어디 가신겨!!!

산세가 절을 감싸 안은 아름다운 모습에

붉게 대롱거리는 감나무 아래서 어머나 참~ 하면서 십분을 넘겼네

  

 

채석강

강을 따라 절벽이 책을 쌓아놓은 모습으로 절경이다

다행이 물이 빠져서 구석 구석을 돌아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3대 일몰지 중 한곳인 채석강에서 근사한 일몰을 꿈꾸며

다슬기 소라를 한봉지씩 사들고 자리를 잡았다가

거믓 거믓한 바위를 통통 뛰다니다 보니 다슬기가 바위에 다닥 다닥

친구와 다슬기를 잡아 낼 아침 국 끓여먹자 아쟈~~

잠깐 딴 것이 만원어친 되겠네 돈 벌었다 하하~~

편안한 자세로 일몰을 기다리는데 구름이 수평선에 앞치마를 두른다 으이구 ~

하기사 한두번 실망을 했어야지

일어서 돌아서는 걸음도 간단히 툭툭턴다 언젠가는 만나겠지 꽃같은 바다를..

얼른 목포로 달려가자 남쪽으로 남쪽으로..

 

 

목포

이렇게 전라도 끝자락은 첨이네

항구로 달려가서 회를 먹어야지 근사한 바닷마을이니

겨우 찾아간 목포항구는 벌써 문을 닫아 겨울이 한창이고

어찌 어찌 북항을 만나길 참 잘했어요.

뭐니 뭐니 해도 근사한 횟집보다 길가 펄떡이는 여러가지 해산물을 골라 먹는 재미

우럭 놀래미 줄돔 세마리 또 기절시켰네

복분자도 함께 룰루랄라 거리고 ㅎㅎ

낮선곳 선창가의 밤은 깊어간다.

꿈속에서 또 꿈을 꾸듯 희미하게 바닷소리 들으며 잠 들 곳을 찾는다

저기다!!

낭랑한 목소리가 목포속으로 잠긴다.

 

 

 

2007년 11월 7일 수요일             杏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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