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두 발목들/전라도

학원농장, 불갑사

by 이신율리 2007. 9. 20.

 

초가을 여행 

 

일기예보가 큰소릴 팡팡친다.

아랫 지방에 폭우가 100미리도 넘게 쏟아진다고

내 발목을 잡고 늘어지네

작년부터 벼르던 상사화를 만나는 일이 가장 꿈꾸는 대목이다

아침에 우악스럽게 쏟아지지만 않는다면 떠나야지

봄부터 달력에 동그라밀 쳐놓고 기다렸는데..

 

잠을 설쳤다

신새벽에 눈을 뜨고 올려다 본 하늘엔 큰 꽃별이 초롱거린다

그렇게 쏟아내던 빗님의 선물이다.

아쟈~~

7시 반에 출발이다 전라도 거시기로~

가로수 벚나무 잎이 가을에 수를 놓고 있구나

지난주랑 또 다른 가을빛에 여린 가슴이 되어 콩닥이고

 

 

처음 들른곳이 전북 고창에 있는 '학원농장'(학이 노니는 동산)이다

봄이면 청보리가 푸르게 춤추는 곳

보릴 시집 보내고 다시 메밀꽃을 피우는 이모작 그림으로 만나는 꿈동산 같다

봉평 메밀꽃을 아직도 만나지 못한 나에겐 정말 소금을 뿌려 놓은 것 같으네 (달밤이면 더 좋으련만)

군데 군데 원두막이 아름답다 추억들을 남기느라  셔터소리는 바람속에서 노랠 부른다

찰보리쌀 한통과 보리비누 그리고 거시기 한병 ㅎㅎ 들고서 메밀밭을 떠났네

 

두번째 들러서 점심 먹고 노닐던 곳 '법성포'

법성포하면 생각나는 것 '굴비'? 아니란다

서기 384년 (백제 침류왕 원년) 인도 승려 마라난타 존자가 불경 등을 가지고

중국 동진에서 건너와 백제 땅에 첫발을 내디딘 곳이 이곳 영광 법성포란다.

 

예전에는 이곳 법성포에서 물건을 싣고 용산으로 다녔다는 뱃길이

지난 세월에 입이라도 다문 듯 뻘이 그득 쌓여 있어 옛날 이야기처럼 들리네

 

 

굴비백반이 참으로 맛나네 

뭔 굴비로 만든 반찬이 그리 많누

굴비장아찌, 굴비구이, 굴비조림.. 전라도 인심은 후하기도 하여라

배를 두드리며 거시기허게 먹어대다 나중에 물 마시느라 볼 일 다 봤다는..

간다라유물관에서 인도의 불상들을 만나고 굴비 한두름 들고선 바삐 법성포를 나왔다.

 

  

영광 '갑사'

상사화로 유명한 곳이 선운사와 불갑사이다

상사화는 꼭 한창인 때가 추석 전이니 만나기가 쉽진 않다

원명은 '꽃무릇'이라 하는데 왠지 나는 상사화라 부르고 싶다.

이 동네 사람들은 산이 불탄다 표현한다는데

그늘에서 이렇게 붉은 빛깔을 어찌 만드나 싶네

절은 뒷전이다

'불갑사' 새로 지어대느라 난장판에 야단법석 볼거리가 아무것도 없다

참 아름다운 자리에 앉아있네 

보수하는데 이유가 있겠지만 한마디로 베렸다

이쁜 절이었다고 설명해 주시는 여행 전문가도 혀를 찬다

높이 쌓은 담에 멀쩡한 옛 건물이 한채도 없으니 상사로구나 ~~

 

 

싸한 마음을 상사화가 달래준다

겨우 한시간 자유시간이었으니 상사화를 만나 두런 두런 한참을 그랬어야 했는데

사진 몇 컷 찍는다고 폼 잡느라 정작 가슴 무너질 것 같은 상사화는 제대로 만나지 못한 것 같다.

이러면  다시 와야 되는데.. 궁시렁~ 중얼~

늦어 달리다시피 내려 오는 길에 다시 보고 돌아 봐도 저건 분명 꿈속이야

이쁘단 생각보다 왜 그리 슬프게만 보였을꼬

꽃의 전설 때문만은 아니야

아마도 가을이 가슴속까지 오고 있는게야

 

지금이 봄이었음..

이렇게 가슴 한쪽이 내려 앉는 것 같진 않았을걸

눈물같은 상사화야 ..

 

 

 

2007. 9.  19     杏花

 

 

 

 

'연두 발목들 > 전라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도, 흑산도  (0) 2007.11.11
남쪽으로 남쪽으로 1.(내소사, 채석강, 목포)  (0) 2007.11.10
덕유산 - 철쭉 없다  (0) 2007.06.10
선유도 2.  (0) 2007.05.05
푸른 내장산  (0) 2006.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