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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 발목들/전라도

홍도, 흑산도

by 이신율리 2007. 11. 11.

 

섬으로 떠나기

 

어제 잡은 다슬기를 푹 삶은 국물에 라면 두봉지 풍덩~~  이렇게 맛난 라면은 첨이다

하루에 2번 운행하는 홍도 뱃시간 첫배가 7시 50분

섬에서 먹을 뜸이 덜 든 점심을 수건에 싸고 늦어서 뛰고 뛰어서 뱃길에 올랐다

많은 섬에 둘러 쌓인 홍도 가는 2시간 30분의 뱃길은 파도가 없어 꼭 잔잔한 호수를 떠가는 것 같다.

 

 

홍도

섬 전체가 국립공원이자 천연기념물이다.

유람선 시간이 2시간 남았으니 해변으로 그리운 몽돌을 찾아가자

날씨는 한여름 같은데 옷은 한겨울처럼 끼어 입고서 ㅎㅎ 곰탱순이다 ~

홍도의 몽돌은 다른곳보다 크고 멋진 돌이네

할머니 해녀가 다시마를 3푸대 따서 끌어 올리는데

함께 잡어 올렸더니 '워메~ 고마워서 어쩐당가이~' 허시면서

금새 따온 전복 큰 걸 낫으로 뚝떠서 후딱 먹으란다

ㅎㅎ 내 생전에 전복을 입으로 뚝뚝 베어먹은건 첨이다 얼마나 고소하던지..

키가 작은 자연산 다시마를 커다란 몽돌위에 뿌려 놓고 내일 걷기만 하믄 된다네

언덕에 핀 섬잔대 보랏꽃이 한들거리는 곳에서 한참을 어기정거렸네

얼마나 이쁘던지.. 친구를 달달 볶아서 땀을 뻘뻘거리며 거시기 혔다는 ㅎㅎ

 

 

홍도 유람선 2시간이 꿈길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섬을 가슴에 안고서 행복에 겨워 파도속으로 내가 넘어간다

걸죽한 입담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홍도 오빠에 푸욱 빠지고~

납작하게 엎드린 멋진 분재같은 소나무들이 홍도의 최고 매력인 것 같다,

갑판 가운데 턱허니 편하게 자리잡고서 홍도 구석구석 반짝이며 놓치질 않았네

 

유람을 끝내고 선창가에서 문어 한마리 삶고 전복을 회치고

시끌벅적 사람들 틈에 앉아 홍도에 취하다 휘리릭 문어를 싸서 흑산도 뱃길에 올랐다.

 

흑산도 

예정에 없었던 흑산도에서 오늘밤 바다 꿈을 꾸자

30분 뱃길의 흑산도

미니버스 12,000원으로  섬 일주를 시작했다

겨우 2팀이 탔으니 버스를 대절했네

우리나라 지도바위를 지나고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에 내려 사진도 찍고

노래속의 흑산도 아가씬 지금 할머니가 되고 실제로 사신다네요 ~

집에 올때까지 계속 흑산도 아가씨 노래만 흥얼거렸다는..

 

 

일몰은 또 꿈속으로 꺼져가는데 염소몰던 아줌니 핸드폰으로 세련되게 사진을 찍는다

하얀염소를 안고 멋적어 길 비켜서던 모습이 그림같았네

그 곁에 까만 꼬물꼬물 염소들 눈 맞추니 아늑한 평화가 따로 없네 ~~

어둑거리는 산길을 터덜터덜 버스는 취해 비틀거리고

막걸리가 유명하단 집앞에서 차를 세워 멸치 안주에 막걸리 한병

꼭 미숫가루에 설탕 한술 넣은 것 같이 달달하다

깊은 산속 바닷가에서 낮선이들과 마주앉아 오가는 여행이야기가 안개처럼 피어난다. 

 

오늘 하루 배 5시간 30분에 버스로 해안 일주 2시간이니 피로감에 적당한 멀미로 내가 쓰러진다.

키작은 민박집에 짐을 풀고 흑산도 시내를 구경하자  

별나게 슈퍼도 많고 듸젤집도 많고 제과점이 두개나 되네

가게 앞마다 섬닮은 화분들이 어설프게 멋내느라.. 미용실엔 밤 늦게까지 머리를 만다

아침거리 신라면 2봉지 달랑거리며 들와 언제 꿈속으로 들었나 사과 두개째 먹고선 ..

 

일출을 볼려면 5시 50분에 일어나자 여긴 해가 더 일찍 뜬대니

아침은 황태해장국에 문어를 넣은 라면이다. 어찌 잊으리 문어라면 맛을 ~

서둘러 나가니 안개가 풍년이다 점심때나 되어야 햇님 얼굴 볼 것 같으네

걷는 산길에 흑산도 구절초가 분홍 하양빛으로 살랑거린다.  

 

 

 

산길을 걷다가 배꼽잡고 죽는줄 알았다.

산 중턱에 썰렁한 운동기구 두개 만들어 놨는데 협찬은??

저팔계 족발, 사거리칠형제 모임에 몽블랑제과점 .. 에 설치일은 또 제헌절날~~  아구~ 미쵸~~

 

발라당 넘어진 그 바위에서 산머위 꽃도 이쁘게 담아오구

지는 흑산도 해국과 한참을 소곤거리며 떠나려는 인사를 건넸네

부둣가에는 유명한 흑산도 홍어보다 아구가 늘어진 배깔고서 질펀하니 드러누워 날 잡아봐라 베짱이다

11시 홍합, 김, 째밤을 한보따리 사고 문어포를 질겅거리며

마지막 흑산도 모습도 찰칵거리고 ♪ 남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물결만 천번 만번 ~~

흑산도 아가씰 흥얼거리며 그리울 섬을 떠나간다.

 

 

계획했던 보성 녹차밭과 담양의 대나무공원은 담으로 미루고

서해안 고속도로 옆인 꽃지해수욕장을 들리자

혹 일몰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배부른 기대를 하면서..

꽃지에 도착도 전에 하늘은 까맣게 변해가고 

 

 

꽃지

이렇게 해변이 맘 좋게 널따랄 줄 몰랐네

할미 할아비바위가 저랬었구나

힘센 파도소리도 오랜만이고 빗방울이 바람과 함께 불어치네

우리 뛰자

고운 추억 채곡 채곡 다지면서 백사장을 달린다

시린바람도 사랑이고 이마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더 큰 사랑이라

 

모두가 숨어버린 바닷가에서 깊어가는 저녁도 참 아늑했지

가을의 막이 내린다.

 

 

 

 

2007년 11월 9일 금요일   

 

 

 

 

 

 

이미자 - 흑산도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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