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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 발목들/강원도

진동계곡 - 강원도

by 이신율리 2013. 8. 20.

 

 

 

 

 

 

 

 

 

 

 

 

 

 

 

 

 

2박 3일로 다녀온 강원도 진동계곡이다.

 

 계곡물이 깊어 수영도 못하면서 다이빙이 하고 싶었던 곳이다.

 

발을 담그고 물속에서 밑줄치면서 책을 읽다가

 

고개 들어 마주친 오리나무 잎이 다정하다

 

저건 십원짜리 저건 오원짜리 잎이다

 

소꿉놀이 때 쓰던 돈이다.

 

 

 

알 큰 포도를 터트리고 8월에 빠질 수 없는 천도 복숭아를 먹었다.

 

나와서는 노상 달고 있는 과자먹기다.

 

땅콩샌드, 크라운산도, 맛동산, 짱구

 

거기에 지난번부터 제리 큰 봉지를 뜯어 제켜놓고 달콤하게 우물거린다

 

몸무게 1키로쯤 불리기는 따논 당상이다.

 

입은 달콤하고

 

발은 시원하고

 

눈은 오리잎에 즐겁다.

 

 

 

집중 집중해서 송사리를 잡고 있는 4학년 계집아이를 보면서 동화를 쓰고 싶었다.

 

갖은 걸 다 동원한다.

 

물안경과 숨을 쉴 수 있는 큰 호스 같은 걸 물고 잠수한다.

 

뜰채로 송사리를 뜨려고 펄떡거리고 있는 모습이

 

아직 미완성 인어공주같다.

 

지렁이를 끼워 그 작은 계곡에서 낚시대를 드리우고

 

얼굴이 다 까맣도록 집중이다.

 

너!  참 공부 잘허겄다.

 

 

 

나오면 잘 먹어야한다고 (집에서도 잘 먹으면서)
소고기보담 돼지고기가 좋대서 이번엔 목살로 깊은맛을 느끼면서 푸지게 먹고

 

저녁은 단팥죽으로 뚝딱

 

바닥이 폭신한 모래판에 텐트를 쳤다.

 

 

 

다음날은 천막도 치고 그럴싸한 시설이 쾌적 만점이다.

 

집 나와서 먹는 아침 라면 맛은 그만이다.

 

소시지도 퐁당 양파 호박 당근 딩구는 야채는 모두 라면속으로 다이빙이다.

 

많다고 궁시렁대던 라면이 다 어디로 사라졌다.

 

배는 부르고 다리뻗고 책 읽다가

 

딩굴 어째 눈만 감으면 잠이 온다냐

 

잠자고 또 일어나 내가 잘하는 점심 된장찌게는 또 얼마나 계곡과 궁합이 맞는가,

 

 

 

산길을 따라 걸었다.

 

등산로이긴 한데 사람은 뵈질 않는다

 

계곡물 소리에 맞춰 물봉선이 흐드러졌다.

 

계곡물은 함부로 깊은데 그 곁에 다래는 영글고 있다.

 

 

 

어스름 해가 넘어가기 시작할때, 냇가를 따라 올라갔다.

 

공룡 발자국도 세개쯤 보인다.

 

물은 회오리치듯 쏟아져 돌고

 

그 곁에 바위가 장관이다.

 

바위 위로 흐른 물 자국이 파도처럼 패였다.

 

얼마나 오랜 세월 바위는 이곳을 떠나지 않고 있었을까?

 

 

 

진동계곡의 바위 틈엔 돌단풍이 어쩌면 저렇게 이쁠까

 

계곡마다 자생하는 아이들이 다르다

 

가리산엔 고사리류가 많았는데

 

이곳은 고사린 없고 죄 돌단풍이다

 

봄날 하얀꽃이 필 때는 또 다른 멋이 피리라

 

 

 

빗방울이 튀기 시작한다

 

천막이 돌개바람을 타면서 못 살겠다고 펄럭인다.

 

달래도 소용없음을 알고 철거했다.

 

태풍이 온 줄 알고 지낸 밤은

 

힘 센 바람 소리에 잠 못들고 다섯시간이나 바람소리하고만 놀았다.

 

 

 

아침 일찍 동해안을 나섰다.

 

곰배령을 넘는 길에 바다같은 억새밭이 있었다.

 

태풍같은 바람과 놀고 있는 억새밭에 나도 끼어 들었다

 

카메라도 흔들리고 사람도 날고 싶은곳에서 나도 한자락 바람이었다.

 

 

 

낙산해수욕장에도 자작도 해수욕장에도

 

파라솔은 잠자고 있었다.

 

모래바람은 가보지 않은 사막처럼 불어댔다.

 

파라솔도 양산도 모자도 다 필요없다.

 

그냥 뜨건 태양아래 모두가 자연 그대로다.

 

 

 

가리비를 찾아간 백도 해수욕장은 여전히 조용하니 조개 굽는 번개탄만 뜨겁더라 

 

내가 좋아하는 송지호 저수지를 들려서 강원도를 떠난다고 내가 돌아간다고 내 휴가가 끝났다고 말했다.

 

 

 

강원도에서 돌아 올 때는 꼭 미시령 옛길로 온다.

 

미시령 꼭대기에서 맞는 바람은 이세상 바람이 아니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구름도 안개도 다 날아갔다.

 

미시령 옛길엔 키 껑쭝한 샛노란 마타리만 이뿌더라

 

이제 여름이 다 간거다

 

 

 

 

 

 

 

 

 

2013년 8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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