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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 발목들/강원도

태백산 1

by 이신율리 2013. 1. 13.

 

 

겨울 산행의 최고 태백산

5년전부터 별렀던 산행이다

친구와 산악회를 쫓아서 난생 처음으로 겨울산행을 했다

밤새 눈이 살풋내렸다

날 잘 잡았다

기온도 오후엔 영상이다

7시 30분 복정역에서 출발

 

여주를 지나고..

산악회에서 주는 아침 썰렁한 김밥에

뚱뚱한 초코 짱구 한봉지 다 먹고 눈감고 비실대다보니

낯익은 간판들 '하동게이트볼' 어??

'하동철물' '김삿갓 면사무소' 교회도 보이고

ㅎㅎ 시댁 집앞으로 지나간다 오모나!!   엄니~~~~~~~~~!!

산길을 돌아 돌아

양지바른 곳마다 앉아있는 꼬맹이집들

와서 한세상 이러구러 살고 싶은 집들이다

11시에 도착

아이젠을 신고서 매표소까진 다 모여야된다고

꽁지에서 내달리다 기절하는 줄 알았다

눈보라는 바람찬 흥남부두고

첨 신어본 아이젠에 디뚱

산악회 대장은 뒤도 안돌아보고 달려대고

뒷골이 아푸면서 발은 안떨어지고 아효~~~

 

매표소 지나면서 자유산행이다

눈이 30센치도 넘게 쌓였는데

등산길 앞선 발자국 따라 오르는 길

조릿대 여기저기 살랑살랑

그 바람에 작은 나뭇가지 후두둑 눈웃음치던 길

초입부터 가지마다 쌓인 눈꽃에 오모나를 연발하다가

저건?

참나무 겨우살이?

우와 원더풀~~ㅎ



 



아직 태백산 눈꽃 축제도 아닌데

명산은 나만 아는게 아니구 죄다 아나보다

몇일 전 TV에서 방영되었다니 ..

그래도 좋더라

 이 모습도 그림이더라

 



 


나처럼 나무 좋아하는 사람은 행복이 배가 되는 산싷이다

이 근사한 나무 이름은 사스레나무

나는 태백산의 주목보다 사스레나무가 더 좋더라

수피가 벗겨지는 모습이 자작나무와 비슷한데

자작나무는 맑은 모습의 여인네

사스레나무는 중후한 모습의 남정네 하하~~ 내맘대루

 

태백산엔 나무를 사랑하는 이들이 많은가봐

길마다 나무가 이름표를 달고 있었어

이름들이 하두 이뻐서 머릿속에 넣은 이름 다시 불러본다

미래회나무, 복장나무, 난티나무, 거제수나무, 귀룽나무, 부게꽃나무

층층나무, 시닥나무, 쇠물푸레, 물참대, 피나무, 분비나무, 개벚지나무

이런 이름 들어봤어?

곁에있는 남편에게 물으니

쇠물푸레는 도끼자루 만들때 쓰고

피나무는 나무가 물러서 바둑판 만들때 쓴다고

개벚지는 아마 산벚이지 싶단다

 



 

천방지축 살구탱~

천제단이 가까워 오는 길엔

어찌 꽃사슴 뿔이 저리 많다냐

서리꽃이 만발한 천상이다

 

저 사진을 찍고나서 바로

친구가 눈구덩이에 빠져 허우적대면서 나보고 일으키라고 긴급상황!

나는 핸펀을 꺼내 사진을 찍느라

길가던 사람들 웃어제끼느라

 

정상엔 키작은 철쭉들이

그러니까 애기꽃사슴들이 썰매 끌 준비를 하고 나란히 섰다

봄날엔 또 얼마나 아구장 이쁜 모습일꺼나..



 


 

눈 못뜨고 헤매이게 눈보라는 쳐대고

그래도 태백산하면 주목인데

주목옆에서 에라~ 사진 한장 담고서

 

3시 반까지 하산해서 식당으로 모이라는데

겨우 구찌뽕 따끈한 차 한잔에

눈밭에 서서 홍다래 몇개씩

곶감 두개가 점심

여기저기 컵라면 먹는 사람이 얼마나 부럽던지

내리막 4키로는 완만하다

아이젠 신기하게 미끄러지지 않고

비료푸대 타고 한방에 내려가면 좋겠구만

눈축제 준비하느라 여기저기 눈푸고 쌓는 소리

마당 한가운데 머리에 종이꽃 푸짐히 단 엿장수

몸배바지에 아줌마 코트걸치고 구성진 품바소리 들으면서

얼큰한 두부전골 게눈 감추듯하고

4시 반 키 큰 버스에 올랐다

눈감고 천제단 키작은 철쭉속에서 노닐다

눈밭에서 달았던 흰날개를 다시 편다

서울은 갈때보다 금방도 왔다 7시 반이다

 

태백산 올 겨울에 또 한번 만나자

 


 

2013년 1월 12일   살구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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