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중국의 휴일과 맞물려 인파가 대량 몰릴 것을 염려해 오늘은 일찍 움직이기로 했다 ( 어제는 일찍 아니었나? 새벽 2시)
교토를 향해 우리나라 기차와 같은 차를 타고 가다 지하철로 갈아탔다. 오사카에서 거의 한시간 거리였다.
기차안에서 보는 풍경이 참 일본스럽다.
아담한 집, 논에 매달아 놓은 가짜 까마귀가 재밌었다.
우체통처럼 서있던 해바라기 풍경도 그림이었다.
맑고 조붓한 길로 대나무 숲 가는 길
강을 건너고 다리를 지나고
담양의 푸른 죽녹원이 생각났다. 푸른 바람 듬뿍 마시고
작은 아들네는 커피를 마신다고 강가로 갔다
대나무 숲에서 나오는 길에 절 '천룡사'에 들어갔다.
입장료가 500엔 였던 것 같다. 우리나라 절에 비하면 모든것이 비싸다.
절에 들어가 정원을 보는 것만 500엔, 절 내부로 신 벗고 오르려면 또 300엔
나는 정원에서만 맴돌았다.
치열할 정도로 정돈이 잘 된 일본 정원이 절마다 들어 앉아있다.
절 뒤편에선 부용화가 붉어가고
주변에 모래 그림도 인상적이다.
바람 불고 태풍오면 다시 단정하게 그리려나
다시 오던 길로 걸어서 지하철을 탔다.
보고 싶었던 금각사로 가는 길이다.
숲길을 지나서 환하게 빛나던 '금각사'의 첫 인상
기막히게 꾸며놓은 정원 연못 위에 금빛 찬란하게 서있던 모습
소설 '금각사' 읽고 불태우고 싶었던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본다
실화란다. 얼만큼 불에 타 재건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옆에서 앞에서 뒤에서 봐도 빛나는 자태
저 아름다운 모습을 보려고 세계에서 그리 많이 밀려왔는지
금각사는 심심하지 않아서 좋겠다.
좋은 옷도 필요없겠다.
아직도 철이 덜 났는지 인형만 보면 좋아서
일본 남자 아이 나무인형 사고 싶었는데 3만 몇 천원 아휴~~ 그만 두었다.
기념품 가게가 줄지어 선 길을 구경하는 맛은 절을 구경하는 것 못지 않다.
밖으로 나와 사먹은 녹차 아이스크림 맛은 환상이다. 삼천원쯤, 싼 것은 아니다.
일본에 있으면서 몇 번은 사먹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절 '청수사'를 향했다.
용트림하는 용의 몸짓이 실감난다. 따라서 사람들은 단정히 노래를 부르고
의상은 마로 지은 녹빛 옷을 입고 딱딱거리며 작은 악기를 치면서 밖으로 나오는 모습
구경 다하고 나올 때는 들어오는 걸 봤다.
가게마다 들려 아마 잡귀를 몰아내는 의식 같은 걸 (내 눈엔 그 모습이 잡귀 같았음 ㅎㅎ)
주홍빛이 이렇게 뜨거웠었던가
주변의 초록과 이렇게 잘 어울릴 줄
처음 들어가는 입구부터 진 주홍빛이 입을 열게한다.
침묵 속에서 주홍빛 위대함에 열광하던
아, 내가 주홍빛을 좋아했던가
우리네 기와 지붕과는 다르게 일본의 절 지붕은 사무라이 칼날을 닮은 느낌이다.
모양이 약간 모진 느낌은 들지만 자꾸보니 괜찮더라
지붕의 재질은 '하노키'라는 나무를 겹겹이 쌓아 만들었다.
건너편에서 본 모습 꼭 전쟁 일어난 것 같다.
내가 그곳에 있을 때 다른 이의 눈에도 전쟁났었겠지?
백일홍은 아직 백일을 못 채우고
이런 소소한 풍경은 어디서고 좋다.
이렇게 붉은 등이 홍등이었어
사진을 찍고 찍고 또 찍고 나와선 인사동 길과 비슷한 골목길을 걸었다
구경거리 먹거리가 넘쳐나던 길
사진속의 저 여자는는
무엇이 마음에 들어 셔터를 누르고 있을까?
일본 인형?
떡?
배고팠나?
음식 만드는 것도 예술이란 걸 알긴 알았지만
일본에 와서 정말 그렇단 걸 알았다.
버스를 타고 숙소로 오는 길
발목은 천근이요 마음은 고요 백근
교인이면서 진종일 절 투어만 하고 다닌 날
그러고 보니 부처는 한 분도 못 뵌 것 같으네 ㅎ
2016년 9월 15일 목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