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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 발목들/서울, 경기

구리 코스모스 공원

by 이신율리 2016. 9. 29.




집에서 4시에 출발

처음 건너가는 구리 암사대교

몸집이 큰 차가 지날때마다 흔들흔들

저 아래로 물결이 출렁

뭔 잘못을 많이 저질렀기에

이리도 겁난다냐

다리 입구까지 가는데만 20분을 걷고 다리 건너는 데도 20분이 걸었다







좋아하는 백일홍

옛날 어느 남자에게 가장 먼저 가르쳐준 꽃이름

코스모스보다 먼저 만나는 꽃







꽃빛깔이 이렇게나 이쁜지

좋아하는 노랑 아이보리빛 닥풀

아욱과에 속하는 1년생 초본류

이렇게나 왕성한데 어찌 1년만 살다 가실까






나는 코스모스 축제의 배경이라고

나름 최선을 다해 물위에 둥둥 떠있을거고만











만발이다.

해마다 차로 다녀왔는데

다리가 나는 바람에

자전거 도로를 타고 왔다.

언제 자전거를 타고 다시 와야지

코스모스는 지금 한창이다.

아직 씨맺은 아이들 하나 없이






하늘 향해 두 팔 벌리고 싶은

이쁜 달이 뜨고 별이 뜨고






그대는 뭣인가요?

설마 먼 길 가시는 건 아니죠?





내일 '열린 음악회'가 열린다고

준비하는 분들 수고가 어마어마

나올 때 시범 조명 껌벅껌벅

잘 가라고







저 다리를 건너왔단 말이지

근데 다시 건너가야 한단 말이지

두시간을 걸었더니 다리 무지 아퍼요


6시에 출발이다

다리까지 올라서는데 지루하다 꽃도 없고 의자도 없고

올 때 무서웠기에

프린트한 시 몇 편 가방에서 꺼내 읽으면서 갔다.





걸어다니는 지도 -    김언


이 지도에는 비오는 날이 빠져 있다 두통이 심한 날도 빠져 있고 무엇보다 새벽이 빠져있다.

내가 걸어다니는 이 지도에는 어제까지 안개가 끼어 있었다 곷이 피어 있었다 꽃이 피었다가

사라진 바로 그 지점에 어제까지 한 사람이 누워 있었다 누워 있는 그로부터 이 지도는 유래한다

그  이름은 이 지도 어딘가에 숨어 있고 안개가 끝나는 지점에서 또 한 사람의 핏줄이 자라고 있다

핏줄이 자라서 사람이 될 때까지 나머지는 걸으면서 생각하기로 했다 이 지도에는 지금 사람이 빠져있다


시 몇 편을 읽고 또 읽고

다 건너올 쯤 어둠속으로 글자가 숨어버린다 메룽~

 






이렇게나 어두워져 버렸다.

집에 오니까 7시 20분

3시간 넘게 나는 코스모스를 찾아서

가는 길 해바라기에서 햇살 냄새를 기억해 내고

근처에 있는 줄도 몰랐던 밭에선

가지가 여물고 김장거리가 열심히 파닥거리고 있다.

여름을 제친 가을이 씩씩하게 들어섰다.



2016년 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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