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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 발목들/강원도

동명항

by 이신율리 2016. 11. 29.



영월이 고향인 남편

속초 동명항은 처음이라니

나는 몇 번을 오갔건만

두 주 전부터 바닷가 타령을 한다.

요즘엔 길이 좋아서 네비로 검색하니 2시간 15분 거리

느긋하게 아침 8시 반에 출발했다.

낙엽은 다 졌어도 숲을, 산을 바라보는 눈빛은 언제나 고요하기도 하고 따뜻하다.

춘천간 고속도로는 휴계소를 들르는 맛이 없어 먹거리 제공에 실패

화도를 지나면서 아, 또 여기 어딘가 저기쯤 되려나 아는 블로거님 생각하다가

안개가 쏟아져 내려온 길을 뚫고 가기도 한다.

설악 줄기에 들어서면서 용대리, 백담사,12선녀탕 계곡을 지나면서

황태 얘기, 대통령 얘기, 선녀탕 ..  그러다 눈 앞에 우뚝 선

우와~~ 근엄하고 우람한 바위

아마 울산바위일꺼야 내가 그랬더니 남편이 아니란다

저런 바위가 아무 이름도 없다면 절대루 공평하지 않은거라며 우기다보니

울산바위 톨게이트  하하~~

그렇게 쉬지않고 동명항에 닿았다.





사람이 많이 북적거리진 않았지만 커다란 주차장엔 차가 그득하다

금세 눈이라도 내릴 것 같은 날씨

많이 춥다던 날씨는 바람도 자고 딱 좋은 날씨






입구엔 꽃새우, 꽃게, 도루묵, 오징어, 쑥튀김을 판다.

나는 순전히 꽃게 튀김을 맛보려고 앉았다.

튀겨 놓으니 새우나 게나 도루묵이나 그게 그거

그래도 꽃새우가 젤 낫고 게는 이빨 부러지기 일보 직전

만원어치 튀김 쑥, 오징어튀김은 덤

덤은 남기고 안먹음




튀김을 먹다가 방어회를 떠온 걸 깜박

같이 먹었다. 반도 더 먹은 뒤에 사진을 ㅋ

튀김 먹다 회?

맛이 이상했음






방어 한마리 회뜨고

두마리는 매운탕 해먹으려고 사옴

마리당 1만 5천원





관광수산시장을 향해 한참을 걸었다

가다가 양미리 축제장을 들려

양미리 그물에서 작업하는 할머니들을 보고

잘못 걸려온 성게와 비슷한 아까란 걸 주워 들고 다녔다

성게는 검고 아까는 밤색빛이고

꼭 고슴도치 새끼같이 동그란것이 키우고 싶더만

오다 바다에 살려줬다.

숭어처럼 혹 내 소원을 들어주려나?


수산시장엔 활어가 아니고 거의 말린것이나 죽은것이나

도루묵이 판을 치고 있었다.

도루묵 알배기 말린 것 22마리 만원






코다리찜 좋아하는 큰아들 위해

큰 명태 4마리 만원





동명항쪽으로 다시 걸어오는 길

그물에 달린 돌맹이들 빛깔이 예쁘다.

구속이 아닌 자유를 향해

물속에서 저 돌맹이들도 제 몫을 다하고 있다







첫눈이 내린다.

고향 충청도에선 함박눈이 내린다고

서울에서도 첫눈이 내린다고 한 뒤로

제일 늦게 속초에도 첫눈이 오고 있다.

눈을 털어내지 않고 있는 나무들과 눈 맞추며 천천히 서울로 온다


오는 길에 용대리 덕장이 보고 싶어 내렸다.

근데 명태는 한마리도 보이질 않고

매장에 들려 여쭸더니 1월에 다시 오란다.

통북어가 맘에 들어 3만 5천원어치 사갖고 나오는데

아, 얼마나 뿌듯하던지

나는 생선 중 명태가 제일 좋아


8시쯤 집에 도착했다.

와서는 더 말릴것은 말릴 자세로

냉동실에 들어가야 할 생선 손질하느라 부산한 느낌이 좋다.


여행은 언제 어느때고 어디든 간에

피곤함보다 가슴 벅참이 앞서지

이번 겨울엔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잘 헤쳐 나가길 바래



2016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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