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두 발목들/왕릉

홍유릉의 석물

by 이신율리 2020. 2. 27.


홍유릉

사적 제 207호

경기 남양주시 금곡동에 있는 홍릉과 유릉의 합칭


홍릉(洪陵)

조선 제26대 고종과 명성황후 민씨의 능이다.


유릉(裕陵)

조선 제27대 순종과 순명효황후 민씨, 계비 순정효황후 윤씨의 능이다.

유릉은 한 봉분 안에 세 분을 모신 동봉삼실 형태의 합장릉이다.


홍릉과 유릉의 석물에 대해 비교해 보자


능침 밖으로 나온 석물들이 특이하다

상상할 수 없는 낙타와 코끼리와 기린석 

기존의 왕릉에서 볼 수 있는 양과 호랑이를 벗어났다


조선 왕릉의 정자각 대신 홍유릉은 일자형 침전으로 바뀌었다.

능침에 있던 석호, 석양, 문무인석이 침전 앞으로 나왔다 가까이

문인석과 무인석, 기린 · 코끼리 · 사자 · 해치 · 낙타 1쌍과 말 2쌍이 도열하듯 나란히 홍살문까지 서 있다.



* 문 무인석 - 능 가까이 있던 석물이 침전 아래로 내려왔다.



홍릉 - 문인석


석물 중 가장 앞에 있고 가장 높다



홍릉 - 무인석


문인석 다음으로 왕을 호위하고 나라를 지킨다

용맹스럽고 충직한 모습은 아니고 겁먹은 모습이다.




유릉 - 문인석




유릉 - 무인석


고종에서 순종으로 오면서 석물이 사실적으로 예술적으로 바뀌었다.




* 기린 - 고대의 기린은 동양에서는 머리에 뿔이 나고 오색빛깔 털을 지닌 상상의 동물이다

태평성대에 모습을 드러내는 상서로운 동물이다.



홍릉 - 기린




유릉 기린


혓바닥만 보고 개인 줄 알았다.

여름이면 딱 개다

목 아래와 몸통부분을 비늘처럼 표현했다



* 코끼리 - 황제의 위엄이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 아시아의 위상을 드러낸다



홍릉 - 코끼리


코끼리 코가 리듬을 탄다 

군데군데 두번 쯤 이은 것 같은

만들다 천이 모자라서




유릉 - 코끼리


예술성이 살아난 코끼리



* 사자 - 동물의 왕이면서 서양을 상징한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유릉 - 사자


사자를 가지고 장난친 것 같다

사자가 보면 앙 물었을 것이다




홍릉 - 사자


생각하는 사자가 만든 사자




* 해치 이야기


해치는 사자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머리에 뿔이 있고 몸 전체가 비늘로 덮여 있다

겨드랑이에는 날개를 닮은 깃털이 있어 날아다닐 수도 있다.

 

해의 신, 국가와 왕실의 태평성대를 꿈꾼다. 또한 백성이 행복하기를 염원한다.


해치와 해태는 같은 동물이다

한자로 獬豸라고 쓰는데 이 豸자를 ‘치’라고도 읽고 ‘태’라고도 읽는다.

지금은 서울의 상징으로 지정되어 있다. 


해치는 목에 방울이 달려있다

방울을 울리면 나쁜 귀신들이 도망가고 좋은 것들이 우리를 찾아온다.

귀 기울여보세요

행운을 가져다주는 해치의 방울 소리를 들어보세요.



홍릉 - 해치


동대문 해치를 보여줘야하는데

방울은 왜 달았누?

고양이를 잡으러 가는 해치




유릉 - 해치



* 낙타 - 서역을 의미한다. 동서양을 연결하는 역할



홍릉 - 낙타


만들다 만 낙타

등에 올라타면 금세 미끄러지는 낙타

"나는, 낙타라고 한 적이 없어요" 홍릉의 낙타가 하는 말이다.




유릉 - 낙타


낙타가 이 정도는 되어야

얼른 올라타고 싶지

세월 흐른 모습으로 든든하게 서있다.



* 말 - 기동력과 전진, 다른 석물과는 달리 한 쌍으로 세운 것은 힘찬 국가와 강한 군사력을 표현



홍릉 - 말


이렇게 순해보이는 말이 다 있나

난초 꽃은 왜 그렇게 슬프나




유릉 - 말


강아지 어미 만들다 말이 된 상이다

먹고 순전히 놀기만 한 말




홍릉의 석물들


침전 뒤로 능이 있다.

침전 - 선왕께 제물을 차리고 의례를 진행하는 곳


말 한 쌍은 기단석이 다른 석수들보다 낮다. 이유는 모르겠다.

홍릉에서의 석물들억지로 세워 장식한 조잡한 석물들로 보인다.

왜소하고 낯선, 일제의 식민지 지배 의식이 그대로 남아 있어 보인다.




유릉의 석물들


홍릉의 석물들에 비해 사실적이고 감각적이다.

한쌍의 마석 기단석도 다른 석수들과 같은 높이다.



능의 기본 석물인 문, 무인석과 동물상이 침전 앞으로 내려와 양쪽으로 마주보고 서있다

석호(石虎)와 석양(石羊)이 능을 뒤로 하고 바깥쪽을 보며 능을 보호하는 자세는 사라지고

중국 명나라 황제릉에 보이는 여러 동물상이 보인다.


조성왕릉을 다니다 마지막에 갔던 15년 전 홍유릉은

내게 깜짝 놀랄 만 한 석물들을 보여줬었다.

이제서야 왕릉과 황제릉을 비교해본다.

그 시대의 아픔이 석물에서도 보인다.


코로나로 인해 갈 수 있는 곳은 왕릉 뿐이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홍유릉

아직 쌀쌀한 왕릉에 나 혼자서만 돌아다닌다.




벌써 개나리가 피었구나

봄은 꼭 내가 생각하는 곳에서부터 핀다.



2020년 2월 27일  살구꽃




'연두 발목들 > 왕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빈묘(安貧墓)  (0) 2020.04.09
광해군묘, 성묘  (0) 2020.03.26
석실 마을  (0) 2020.02.08
앞산 묘 둥지  (0) 2018.04.22
장릉  (0) 2016.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