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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나야/발표 시

키위와 몽키스패너 - 이신율리《문학의 오늘》2019년 겨울호

by 이신율리 2020. 3. 1.

키위와 몽키스패너

/ 이신율리

    

  

    

키위 3호차 C 열 뒷자리 주세요 몽키 컨설팅 여행박람회에요 나중에 입금할게요

 

산악회를 조여 리무진이 달려요 변기 밸브를 조이고 요실금을 조이고 12인치가 딱 좋아

 

해골 목걸이를 걸었어요 좌석이 꽉 찼네요 싱싱한 알약 하나씩 삼키고 투명해지기로 해요

 

멀미를 지울 수 있는 바싹 구운 마이크와 앵무 파노라마 조명, 자정은 멀었어요

 

설악산 흘림골 스패너 바위예요 구름 따위 흘려보내고 울산바위나 줄 세워볼까요 엉키지

않게 조용히 해 가만히 있어 뒤통수 맞기 전에 가위바위보

 

채널을 돌려요 오후가 길어져요 부서지기 쉬운 스패너 놀이를 조립하느라 퉁퉁 부은

키위만 남았군요 새콤하게 화질 좋아요

 

목마른 키위를 꺼내봐요 키위새는 날개 대신 키위를 먹나요 날 수 없는 높이를 삼키고 있어요

 

밤 바나나 귤 파인애플, 키위를 골라보겠어요 쇠 냄새를 모르는 물음표가 몽키스패너를 알까요

 

닦고 조이고 기름 치는 일은 무성해질 때까지 내가 다해서

 

모르는 해가 새벽의 손을 꺼내요 일몰을 조이면 색종이를 꺼낼 수 없어요 주먹을 쥐었다 펴보는

몽키 스패너 놀이 마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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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오늘》 2019년 겨울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