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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나야/발표 시

바삭바삭 서커스 - 이신율리《문학의 오늘》2019년 겨울호

by 이신율리 2020. 1. 3.

 

  바삭바삭 서커스

  / 이신율리  

 

    

   코끼리가 귀를 펄럭거려요 귀찮은 파리 때문에 얼른 날아야겠어요

믿지 못한다면 엘레판타 아일랜드로 돌아가세요 몸무게는 별 상관없

어요 코코넛을 깨고 건강하게 번지는 점프

 

   달걀 침낭에서 빠져나와 가볍게 돌아보는 텀블링은 탄력 있어요 멜

론 한 통 먹고 힘내서 천막 높이까지 날아보겠어요 환기통은 멀리 있네

요 바닥이 아찔하게 미는 바람에 노른자에 다리가 빠졌어요 줄넘기 포

즈로 벌써 일어났죠 휘파람 소리 맞춰 기침을 했어요 공짜인가요

 

   아찔할 때 그때 길을 끌어당기는 중이에요 길을 줄여야겠어요

 

   말 안 듣는 원숭이를 제쳐두고 외줄을 탈 차례예요 바삭바삭 서커스

초반부터 반응 괜찮아요 소문을 닫고 수다스러웠던 발바닥이 조용해

지길 기다려요 허수아비처럼 서 있으면 안 돼요 부채를 펼쳐 집중해야

죠 바람 소리가 들리네요 자세를 수정할게요 뒤뚱거리는 눈빛 위를 건

너와 손을 번쩍 들어 올렸죠 박수 소리가 제법 커요 다음번엔 두 바퀴

도는 텀블링을 선보이겠어요 부채가 접히질 않아요

 

   헛소문을 넘기듯, 뒤꿈치를 든 평발이 줄을 끌어당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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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오늘》 2019년 겨울호 발표

 

 

 

-출처 '란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