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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나야/발표 시

취미생활 주스 - 이신율리《문학의 오늘》2019년 겨울호

by 이신율리 2020. 2. 6.

 

취미생활 주스

/ 이신율리 

 

 

    

파인애플 주스를 마시면서 인형 뽑기를 해요

콩순이 왼팔이 걸렸어요 주스를 쏟았어요

주스 속에서 뽀로로가 자라나요 누드예요

포르노로 부르지 마세요 마법인형은 없어요

 

앵콜을 받은 곰 뒤로 인형이 쌓여요

 

나를 닮은 여우를 뽑는 시간은 터널을 지나 세 발자국

 

코발트빛으로 영양소를 계산하는 오만주스를 생각해요

정체를 알 수 없는 다이어트의 재료는 요요의 취미생활

 

물컹한 공식이 나를 제치고 세 번째 나를 계산할 때

도로시주스를 마시고 초록을 뱉어내요

 

오렌지 알갱이는 이쪽에서 반짝거리기 좋아 저쪽으로 옮겨가고

샐러리 손목을 오려내 테이블이 풍성해요

 

브로콜리 양배추 혼자 남은 날엔 해독주스

맛없는 재료가 바깥에서 바깥으로 넘쳐나요 앵두 버튼을 눌러주세요

원숭이를 언니라고 부르는 아기는 두뇌 성장주스를 마시고

팔다리가 길어져 묶었던 구름을 풀어주고 있어요

 

예상 문제와 마법의 인형을 믹서에 돌려

파인애플 한 조각을 여섯 시와 섞으면 엘리스의 아침

깜짝 놀랐어요 소속이 어딘가요 이상한 나라

 

휴일에만 색깔을 바꿀 수 있는 신비한 주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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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오늘》 2019년 겨울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