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까지만 1900원
/ 이신율리
오늘까지가 서쪽까지란 말과 같다고 생각하십니까 상상력입니까
은밀합니까 셀 수 없는 숫자면 어떻습니까 오늘에 동전 파스를 붙였
습니다 습관입니까 커피 우유를 마시겠습니다 이럴 때 부는 바람을
편서풍이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
부추는 밤에 자랍니다 이곳엔 아무도 자라지 않습니다 아홉 번 밤을
베어내면 봄날이 가는 걸 아십니까 유기농의 불편한 진실과 무농약은
생각이 같습니까 베이킹파우더와 사과 식초는 왜 다른 저녁입니까
일곱 시를 이쪽으로 옮겨 심어도 되겠습니까 딱 세 번 꾼 꿈처럼 붉
어서 말이 없습니다 체기가 가라앉으면 어떤 음식이 생각납니까 토마
토를 올리브유에 볶으면 자장면 냄새가 납니다 숲에서도 자장면 냄새
가 날 때 있습니다 무알콜 칵테일이 콜라보다 낫다는 말입니까 단맛
속에 포함된 버찌가 익을 무렵입니다
한강과 저녁의 발음이 같은 날입니다 일곱 시에 불을 켜는 가로등은
일곱 시를 알겠습니까 책을 볼 수 있는 온도를 켜겠습니까 환절기 코
드가 맞지 않는 흑백을 기억하겠습니까 어둠속에서도 울창해지는 것
들이 있습니다
부추꽃으로 부케를 만들면 나비가 쫓아오겠습니까
1900원만큼 오늘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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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문학의 오늘》 2019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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