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를 닷말이나 쑤었다고 엄마가 전화를 했다
맛있겠네
어릴 적 메주를 만든다고 콩을 삶을 땐
한 주먹씩 먹던 생각이 나서(원래 콩을 좋아해서, 염소띠도 아닌데, 염소가 콩을 좋아했던가?)
얘기하다 갑자기 엄마가
"메주 만든 거 보면 딸, 시 한 편 쓸 수 있을 것 같아 사진 보낼게"
어쩌다 엄마까지 매사에 시 생각을 하게 했구나 내가
'참 열심히 써야겠다
"엄마, 메주랑 다른 메주네 메주가 왜케 이뻐"
며칠 후 다시 보내온 사진
참 이쁘게도 매달으셨네 우리 엄마
게발선인장 꽃도 잘 피웠고
엄마는 뭐든 예쁘게 만들었지, 송편도, 하다못해 부엌을 쓸던 빗자루도
그런 엄마가 이젠 늙어가네 한참을 늙어가네
밖으로 나왔다
한 주먹 내린 눈으로 누군가
눈사람을 세 개나 만들어 놓았다
개구진 마음으로 만들었겠다
"운동장에서 뒹군 아이들 같아"
소나무 가지를 흔드는 바람이
아이 웃음소리를 냈다.
2022,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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