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여행 1
이곳에서 나는 푸른 물고기가 될 것 같아
유자 외엔 아는 게 없었던 고흥
소록도가 고흥에 있는지 우주발사는 고흥에서 했는지
이런 정신으로도 나는 고흥 여행을 계획하는데 3년이나 걸렸다
5시간을 달려 점심은 고흥 한우
사시미와 궁금한 낙엽살을 구웠다
오래 씹어야 고소했다
옥금마을 (과역면) - 옥처럼 맑고 금처럼 빛나는 마을
진지도를 가려다
길에서 만난 할아버지가 석류와 단감을 따주시고
단감을 먹으면서 여기 놀기 딱 좋구나 그러면서 그냥 주저앉아버렸다
팥 수확 철 인가봐
낼 모레 구십이라는 할머니 팥을 따주었더니 집에 가서 커피 한 잔 하라고
좋아라 남편과 팥 자루를 들고 졸랑졸랑
석류가 익고 유자가 익어가는 작은 길을 가다
"유자 필요헌가?"하고 뚝 따 주시고
갑자기 물으면 필요한가? 왜 필요한가 대답도 못하고 어벙벙~~~
오래된 집에는 검둥이와 누렁이가 있고
달달한 커피를 타주시고 단감 한 보따리 싸주시고
앞뜨락엔 옥수수 씨앗이 이제 자라 어쩌겠다고
뒷곁엔 솥단지에 상추 한 포기 자라고
아이구 재밌어라 할머니의 서정이란!!!
나는 이런 소소한 일이 좋아
사는 맛이 별거여 하면서
물 빠진 갯벌에서 짱뚱어 뛰는 소리가 좋았다
"미" 음으로 노래를 한다.
퐁당 퐁당 돌을 던지자? 엄마가 섬그늘에 굴따러 가면?
다닥다닥 붙어있는 굴, 체험하는 곳인지 주인이 있는 굴 양식장 같았다
이곳에서만 열흘을 지내라고 해도 그러겠다
여기저기 석류는 붉어서 주체할 수 없고
감은 익어 뚝뚝 떨어지고
가장 좋은 때 나는 고흥에 온 것이다
열흘, 고흥에 머무는 일 시작이다
남포 미술관 (영남면)
파초가 하늘 아래 뛰듯이 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생각도 깊어진다
한 달에 한 번씩 다른 작품을 전시한다는데
이번엔 회화보다 조각품들이 많았다
처음보는 시도들, 다양한 재료 사용 (종이, 판자, 스텐 등등, 위에 작품은 종이로 만든 수많은 군상들)
비디오로 본 미디어 아트
또 새로움을 느끼고 배웠다
팔영산 치유의 숲 (영남면)
점심은 갈릴리 횟집 무한리필이다
4월부터 10월 25일까지만 하고 올해 끝이란다
블친 이팝나무님을 통해 알아서 갔다
먹어보지 못한 갈치회, 감성돔, 고등어, 뿔낙외 10가지의 회를 먹었으니
내 생전 이렇게 많은 회를 먹긴 처음이다
몸이 좀 살아날까 감성돔까지 먹었는데
편백반신욕 후 유자탕, 석류탕, 편백탕에서 혼자 첨벙첨벙 피로를 풀고
숙소로 오니 별이 이렇게 혼자 떠서
고흥 여행 이틀째 푹 쉬라고
2022년 10월 13일
고흥 공식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