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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나야/발표 시

봄딸기푸딩 말지나, 고추잡채 말뛰나 - 이신율리

by 이신율리 2023. 1. 11.

봄딸기푸딩 말지나 고추잡채 말뛰나

 

 

당근 빛 흙길을 달려요 말지나

방울 소리 나는 웃음은 훈장

 

씀바귀 눈빛은 무시해요

서로가 다른 곳을 보는 가족사진을 지나

아무거나 잘 자라는 생태공원을 지나

 

환승은 막 구워낸 모래바람처럼 구파발

파프리카 콩나물 굿모닝 꽃빵

 

물을 좋아하진 않지만

바다가 보이는 언덕은 좋아해요

같은 말을 반복하는 꽃집은 시들고

타이레놀이 쌓여있는 정류장은 지나쳐요

 

계란이 돌아오고 청포도가 오는 다시마숲에서

뼈에 좋은 글루코사민 광고 중이에요

 

세례명 말지나, 칭기즈칸 말뛰나

 

거미줄 치지 않는 거미를 들여다보는

휴식 같은 보조 열쇠는 없어요

벚꽃 엔딩 컬러링 어서 오세요

 

몸살에 마침표를 찍으면 봄이 오나요

먹구름과 꽃무늬 원피스를 구별하진 않아요

살아날 것 같지 않은 오늘을 어금니 물고 말달려요

 

가뭄이 갈비뼈까지 스며들면 비가 오겠죠

웃으면 살아나는 우거진 풀밭으로

갈기를 휘날리면서 칭기즈칸 말뛰나

 

사랑가를 부르면서 적진을 말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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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시대』 2022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