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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 발목들/서울, 경기

코스모스 공원 (구리)

by 이신율리 2007. 9. 28.

 

코스모스

 

코스모스가 피면 유독 어릴적 생각이 많다

시골에서 자란 내 나이 때 쯤이면 초등학교 시절

왜 그렇게 공부보단  학교 일거리가 많았는지 원~

봄이면 코스모스 심고, 식목일에 나무 심고(나무 심다 몰래 나와 진달래 꽃밭에서 놀다 혼나고)

가을이면 송충이 잡고, 솔방울 따고.. (솔방울보다 목화꽃 따먹다 주인한테 혼나고 ㅎㅎ)

 

봄이면 교무실 옆에 코스모스와 오차가 이쁘면서 얄미운 새싹이 꽃처럼 소복허게 북실거렸다

모종할 때 쯤이면 우린 길가에 주욱 늘어서 코스모스를 나란히 세워 놓고

힘센 남자애들은 호미로 땅을 파고 여자애들은 토닥 토닥 줄로 잰 듯 이쁘게 심어 댔다.

그 길로 정들었던 선생님께서 전근 가실 때 눈물도 흘리고

먼 한양으로 전학가는 좋아하던 동무도 보내고..

 

 

기쁠때나 슬플때나 코스모스는 늘 그렇게 한들대며 웃고 있었다.

나이 들어 바라보는 코스모스도 어릴적 분명 그 애들이다

바짝 입 맞추고 눈 맞추노라면 꼭 영화 필름처럼 어릴적 모습이 실타래처럼 풀려간다

눈물 뿌리며 보내드렸던 뚱뚱하시던 선생님은 지금쯤 어디에서 얼마나 늙으셨을까

작달만한 키에 '정신봉'이라 쓰여진 커다란 몽둥이와 늘 함께 하셨었지

전근 가시고 나서 학교로 보내신 편지에

'살구가 고개 숙여 울던 모습이 자꾸 생각난다' 하셨던 선생님 (아~ 그때부터 난 눈물이 많았나벼~)

 

  

오늘은 비가 금방 쏟아질 것 같은데

더 가을속으로 가면 심술 궂은 까만 씨앗이 대롱거릴까봐

한강 공원으로 코스모스를 만나러 갔다

코스모스 풍경의 주인공은 파란하늘인데 짙은 회색빛이다

어라~ 비도 내리네

왜 내 어린날 기억속엔 비 오는 날의 코스모스는 없는걸까?

파란하늘에 유별나게 세상에서 가장 이뻤던 코스모스만 생각이 난다

코스모스!

아마도 파란하늘과 함께 가을문을 여는 꽃이기에

둥둥 거리며 더 좋아했던 건 아니었을까

 

 

 

2007.  9.  28               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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