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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나야/모란과 작약

엄마 우리 엄마

by 이신율리 2019. 12. 25.

 

 

엄마의 사랑은 쭈욱 따라 내려오기 마구마구 2탄

 

 

 

 

 

손목도 손가락도 아픈데

깎고 또 깎아서 말린 감말랭이

 

 

 

 

 

있는 감 다 먹어치우듯 먹었는데

가는 길에 먹으라고 감 다섯 개 또 싸줌

두 개는 오다 퍼먹음

 

대체 부모님의 사랑은 어디까지인지

가늠할 길 없어라 ♬♪ 꿍짜자꿍짝

저 감 빛깔 좀 보소 우헤우헤우하하 ♪~♪

노래를 불러대면서 먹긴 잘먹어

 

 

 

 

 

 

 

 

사과대추 말린 것

대빵 크다

겨울내 간식으로 먹는다

돼지 되기 일보직전에 떨어진다

 

손 아프게 깐 것도 또 담아주고

 

 

 

 

 

서리태 있어?

쫌 있어

얼마나?

시엄니가 준 거

몇 되 갖고왔어?

몇 되는 무신... 한 주먹보다 쫌 많아 뻥~

나는 콩을 좋아한다 ㅋㅋ

엄마도 안다

 

 

 

 

 

 

 

가을에 캐서 고구마 3박스 갖고 왔는데

다 먹은 줄 알고 우리 엄마 또 준다

나는 또 갖고 온다 (딸, 평생 도둑 맞다)

 

근데 고구마 몰골이 왜 그런대 승질났나?

그래도 엄청 달다

툭툭 잘라 쪄서 아침밥으로

김치 척척 걸쳐서 아흐~~

 

 

 

 

 

 

가만히 호박곶이를 들여다 본다

사계절이 다 들었네

씨앗자리

연초록자리

맘 비우고 쪼그라진 자리

 

몇번이고 햇살을 뒤집었을 손끝 

여전히 마르고 있는 향기까지

그리고 손 놓은 듯 노랗게 익는 자리까지

 

아직 더 자라야 한다고

호박이 너무 크기 전에 따야한다고

매일 눈 맞추면서

그랬을 엄마

 

 

 

 

줄에 걸린 시래기 다 걷어옴

 

 이젠 귀찮아서 시래기 해먹기 싫다고 다 걷어 가라고

딸 더 많이 주고 싶어선가?

잠깐 헷갈렸지만, 다 걷어 왔다

 

 

 

그렇다고 다 걷어와?

가져가라 했어요. 왜 나만 갖고 그래요 ~~

 

 

 

 

 

텃밭은 아직 겨울 오기 전

푸른배추아가씨, 상추애기씨

몽땅 뜯어옴

내년에 보자~~~  뭘봐!!

 

 

 

 

 

 

 

 

청국장 팬이다 나는

엄마는 하나밖에 없는 딸 올 때 맞춰 청국장 띄우기

날로 그냥 먹으려고 빻지 않고 갖고 오기

얼굴에 거미줄치면서 낼름낼름

 

 

 

 

 

열심히 닭도리탕을 만들고 있는 올케와 보조 엄마 ㅋㅋ

 

 

 

 

 

 

먹을 것 잔뜩한데 닭도리탕 하면서 무신 닭발까지 해준다고

뒤집고 조리느라 부산하다

 

사진 찍는댔더니 엄마 통깨통 찾아 뿌리고 난리임

음, 나는 엄마를 닮은 게 분명해 ㅋㅋ

 

 

 

 

 

 

울엄마 갓김치 솜씨는

여수 돌산에서 전수해 가야한다

 

보리쌀로 뭔 죽을 쑤어서 어떻게 만든다 했는데

엄청 맛있는 보약 곱하기 겨울 더하기 이팔청춘

 

 

 

 

 

파김치와 딸랑무김치 이렇게나 맛있을 수가 캑캑

 

 

 

 

 

 

무거워 죽겠는데 소금까지 준다고

간수 몇 년을 빼서 엄청 보슬보슬하다고

내가 언제 소금타령을 하긴 했나보다

 

 

 

 

 

 

우리 지역에선 잔치 때면 빠지지 않는 홍어회

사위만 오면 엄마는 읍내 나가

봄이면 우여를 사와 우여회를

여름가을겨울엔 홍어를 사와 홍어회를

남편 장가 한 번 잘왔다

 

 

 

 

 

 

사흘을 먹이고 먹이고

가다가 또 먹으라고 김밥 4줄을 싼다

'맛있네 엄마 담에 또 싸줘'

 

어렸을 적 내가 얼마나 까탈스러웠는지

'너도 시집가면 꼭 너 같은 딸 낳아서 키워봐' 했는데

올 레~~~~!! 

나는 아들만 둘임. 푸하하

 

 

 

 

 

 

누리야 잘있어

밥 잘먹고

밥그릇 다 비웠네

 

 

 

 

 

사진 찍는다고 감나무로 숨기

다 보이네~~

 

 

 

 

 

 

 

 

차에 오르면 가는 딸 쳐다보면서

속으로 언제 또 보나 하겠지 아버지 엄마

아버지는 계속 어여가~ 하시고

엄마는 머리 위로 하트를 만들고

서로의 눈가는 젖어오고

 

폰을 눌러대면

또 찍네 하면서 엄마는 감나무 옆으로 달아나기

그렇다고 못 찍을 살구가 아니지

 

 

잘 먹겠습니다 꾸벅 ~~

아버지 엄마 새해에도 만수무강입니다.

 

 

 

 

 

2019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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