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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나야/모란과 작약

눈 오는 아침

by 이신율리 2020. 1. 15.

 

 

 

 

 

 

 

덕소에 눈이 와요

내겐 오늘이 첫눈이에요. 함박눈이에요

 

교회 다녀와서 부지런히 아침을 해서 한 술 입에 넣는데

흰 눈이 펑펑 내리는 겁니다

 

눈 동그랗게 뜨고 남편에게 말합니다 눈와!

그래? 눈을 보면서 웃는 표정이 처음 만났을 때랑 똑같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그럼 우리 뚝도 시장 가야겠네 하면서 웃습니다

연애할 때 들락거렸던,성수동에 있는 시장 이름입니다

 

오늘 메뉴는 매생이 굴국입니다.

굴향이 좋네요 내리는 눈과 향기가 비슷할 거라고 엉뚱한 생각을 합니다 

 

교회 다녀와서 비닮은 수채화님께 '신은 계신다'고 답글 드렸어요

IMF로 죽을만큼 힘들었을 때 

아침이면 눈뜨지 말았으면 그랬을 때, 위로해 주시고 힘주신 분이 내겐 계시거든요

 

누구에게나 살면서 힘든 고비를 넘길 때가 있죠

드라마나 소설에 있을 법한 일을 겪으면서 내안의 내가 자라기도 하구요

그래서 아픈 사람을 토닥여 줄 수도 있으니까요

 

뒷곁에서 눈 내리는 풍경을 봅니다

오가는 사람들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파 사러가 떡국 끓이려고' 그런 소리 

'엄마 눈 와, 하늘에서 와' 이런 아이의 목소리요

 

길을 내려온 부부가 우산을 쓰고 까만 차를 타시네요

남편이 먼저 아내를 태우고 눈을 툭툭 털어냅니다

그냥 작은 이야기가 눈과 함께 내리네요

 

밥 다 먹고 홍시감 하나 더 먹었더니

나온 배가 더 뽈록 튀어나옵니다.

 

15 년 친구 블로그였고

일 년 동안 겨울잠 자던 블로그를 전체 공개로 열고부터

십 년이 넘은 친구님들과

새로 만난 친구님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다양하게 봅니다

 

사는 것은 다 거기서 거기라고

부디 아프시지만 말고 ...

아프신 분들은 어여 나으시라고 기도했습니다.

 

함박눈 그치기 전에  써 내려간 글

순전히 눈 때문에 썼습니다

 

 

2020년 1월 19일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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