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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나야/모란과 작약

사물에 말 걸기

by 이신율리 2020. 2. 25.

 

 

 

 

잘잤니?

서로 묻는 시간

째깍소리에 잠을 못잤어

째깍소리 내느라 잠을 못잤어

우린 참 닮은점도 많다고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자고

 

 

 

 

 

알람브라 궁전에서 온 왕관은 상냥하다

까치발로 서서 벽에 기대 써본다

이사벨 여왕은 금세

콜롬보스 어디 계시요오~~~

 

 

 

 

 

 

머리맡에 커피콩

커피도 안 마시면서 커피콩은 좋다

가끔 한 주먹 쥐고 먹는 시늉을 하기도 한다

 

그런 날은

커피콩이 양을 불러내고 나는 양을 센다

 

 

 

 

 

분홍은 봄

이중섭 핀은 겨울 빼고

파랑은 바다 갈 때

알밤 뚝뚝 떨어질 때 밤색

머리숱 많아서 서로가 좋아하지 않는 파랑 밤색

초록 하양은 부실해서 자꾸 고장 나는 천덕 씨들

쓸 만한 게 없네

 

 

 

 

 

화장대 옆에 사임당씨가 웃는다

오만 원을 좋아한다 절대 오백 원이 아니다

 

아들이 예전 크리스마스 때 준 선물

빼서 쓰지 마시오 콜롬보씨

 

 

 

 

 

좋아하는 도자기

무슨 용도인지는 귀신도 모른다

작아서 술병은 아닌 것 같고

기름병?

간장병?

초병?

 

다 대봐라 답이 나오나

도자기씨가 입을 다문다.

 

 

 

 

 

남편이 만든 소반들이 벽에 걸려있다

내가 좋아서 벽에 걸렸다

내려오고 싶다고 말 할 때도 있다

 

언제,

찻상 밥상 간식상 새참상으로 쓸 수 있을까

소반이 벙실 웃는다.

 

 

 

 

 

오래전에 그린 아들 둘

아직도 크는 중이라고 말했다

 

 

 

 

 

장구는 언제나 나만 쳐다본다

감기 걸려 온 몸이 쑤셔도 덩덩 게르르르~~

너 나으면 보자 그러면 더 크게 덩기덕 따르르르~~~

나는 골골 고르르르~~~~~~~~

 

 

 

 

 

나무로 깎은 삼순이라고 이름 짓던 날

둘이서 얼마나 웃었던지

서로가 서로를

삼순이 같다고 했다

서로가 맘에 든다고 했다

 

 

 

 

 

머리맡에 있는 커다란 자수

 

달빛 아래 매화

바느질 작가님이 나랑 느낌이 닮았다고 헉!! (이 부분에서 훅 넘어갔음)

 

어찌 닮아보려고

매화도 피는데

안 그런가요 달님

방 안에 있는 사물에게 말을 건다.

 

 

2020년 2월 25일 살구 살림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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