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잤니?
서로 묻는 시간
째깍소리에 잠을 못잤어
째깍소리 내느라 잠을 못잤어
우린 참 닮은점도 많다고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자고
알람브라 궁전에서 온 왕관은 상냥하다
까치발로 서서 벽에 기대 써본다
이사벨 여왕은 금세
콜롬보스 어디 계시요오~~~
머리맡에 커피콩
커피도 안 마시면서 커피콩은 좋다
가끔 한 주먹 쥐고 먹는 시늉을 하기도 한다
그런 날은
커피콩이 양을 불러내고 나는 양을 센다
분홍은 봄
이중섭 핀은 겨울 빼고
파랑은 바다 갈 때
알밤 뚝뚝 떨어질 때 밤색
머리숱 많아서 서로가 좋아하지 않는 파랑 밤색
초록 하양은 부실해서 자꾸 고장 나는 천덕 씨들
쓸 만한 게 없네
화장대 옆에 사임당씨가 웃는다
오만 원을 좋아한다 절대 오백 원이 아니다
아들이 예전 크리스마스 때 준 선물
빼서 쓰지 마시오 콜롬보씨
좋아하는 도자기
무슨 용도인지는 귀신도 모른다
작아서 술병은 아닌 것 같고
기름병?
간장병?
초병?
다 대봐라 답이 나오나
도자기씨가 입을 다문다.
남편이 만든 소반들이 벽에 걸려있다
내가 좋아서 벽에 걸렸다
내려오고 싶다고 말 할 때도 있다
언제,
찻상 밥상 간식상 새참상으로 쓸 수 있을까
소반이 벙실 웃는다.
오래전에 그린 아들 둘
아직도 크는 중이라고 말했다
장구는 언제나 나만 쳐다본다
감기 걸려 온 몸이 쑤셔도 덩덩 게르르르~~
너 나으면 보자 그러면 더 크게 덩기덕 따르르르~~~
나는 골골 고르르르~~~~~~~~
나무로 깎은 삼순이라고 이름 짓던 날
둘이서 얼마나 웃었던지
서로가 서로를
삼순이 같다고 했다
서로가 맘에 든다고 했다
머리맡에 있는 커다란 자수
달빛 아래 매화
바느질 작가님이 나랑 느낌이 닮았다고 헉!! (이 부분에서 훅 넘어갔음)
어찌 닮아보려고
매화도 피는데
안 그런가요 달님
방 안에 있는 사물에게 말을 건다.
2020년 2월 25일 살구 살림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