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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나야/모란과 작약

쑥국 타령

by 이신율리 2020. 3. 4.

 

 

 

 

 

 

쑥국 타령

 

 

입덧은 보통 3개월이면 끝나는데, 가끔 열 달 내내 하는 사람도 있어요.

중학교 때 가정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맨 앞에 앉아서 에이~ 그런 사람이 어딨어요. 애 낳기 전에 죽겠네

그런데 죽지 않더라 

임신해서 굶어 죽은 사람은 없다고 마포 녹십자병원 의사가 그러더라

 

별나게 시작한 입덧은 마포 용마루 고개를 넘지 못했다.

먹고 싶은 것을 입 밖으로 꺼냄과 동시에 사라지는 입맛

치킨을 부르고 자장면 곱배기를 불러도

눈앞에 나타나면 추상적으로 사라지는 만찬들

 

그래도 마른하늘에 무지개도 뜨더라 쑥국

팔팔 끓는 물에 된장을 풀고 쑥을 쥐어뜯어 넣으면 쑥국

뱃속은 까스명수를 먹은 줄 착각한다. 쑥국

마포 근교 쑥이란 쑥은 내가 다 뜯어먹었다. 참고로 나는 토끼, 염소띠가 아니다. 쑥국

 

애기가 태어나면 콜라 색깔 되겠네 쑥국

새타령이나 불러야겠네 쑥쑥국 쑥국

 

 

 

 

다행히 아들은 개성 없이 보통 색깔

쑥국을 먹을 때마다 너는 뱃속에서 쑥국만 먹고 자랐어. 딸꾹

7, 8절까지 노래하는 사이 쑥은 쑥쑥 자라고, 해는 더 쑥쑥쑥 자라고

 

코로나를 피해 왕릉에 다녀오다 쑥 몇 줌 뜯어 쑥국을 끓이자니

나는 젊어지고 쑥국도 젊어지고

새타령 대신 에헤라 매화타령이다.

 

인간 이별 만사 중에 독수공방이 상사난이란다

어저께 밤에도 나가 자고 그저께 밤에는 구경 가고 무삼 염치로 삼승 버선에 볼 받아 달람나

좋구나 매화로다

 

 

 

2020년 3월 4일

 

 

 

 

  오늘 아침은 쑥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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