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 걸어서 삼 만리쯤 가면 예봉산에 닿을 산길을 간다
들켜버린 진달래도 어서 오세요
개나리 한 다발은 어찌 산에 오르셨는지
흙길을 밟으면 발바닥이 간지러워
동구 밖 과수원 길을 부르고 싶다
조금만 더 가면 배밭이 나와요
배꽃 하얄 때 놀러오세요
이맘때면 꽃다지가 제일 이쁘죠
이름은 누가 지었을까요?
구름이 내게 묻네요
문인석 할아방 안녕하세요
오늘 젊어 보여요
봄이라 서 계실만 하죠
꽃피고 새우는데
허허
산길 가다가 묘둥지만 보이면 인사하죠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할미꽃 아직 안 피었나요?
언제 피나요?
그때 놀러 올게요
할미꽃 한 송이 아직 주무시고 계심
묘가 다 할아버지로 보이는 이유는?
어머나 한 송이
폰을 들이댄다
할미 놀라지 않으시게 소리 작게 찰칵
오래오래 사셔요. 인사하고 돌아서는데
우와 두 송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웃으시느라 꽃가루까지 흘리시고
산에서 내려오는 길
하늘은 버드나무를 배경으로 저리 푸른데
주말농장 비슷한 곳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밭을 고르고 계신다
거기다 뭐 심으실거예요?
감자 심으려구, 뭐 있나
요즘 감자 심던데요 어쩌꾸 저쩌구 궁시렁궁시렁~ 블로그에서 본 풍경은 있어서,
황해도에서 열 아홉에 넘어와서 고생한 이야기 풀어놓으시고
나는 추임새를 넣어드리고
나도 이런 텃밭 하나 있음 좋겠다 상추랑 고추랑 심게~ 했더니
저기 저 것도 내꺼야, 두 고랑 줄테니 한 번 심어봐!
앗싸!~ 저게 내 밭이다. 며칠 있다 상추, 고추 모종 들고 갈 것임
생강나무꽃 아래서 쉰다
백합 향내는 어디서 오는 걸까
참나리 새싹은 무리 져 나오느라 사방이 다 오후 3시 10분
봄은 이렇게 한 장면씩 내게로 온다.
2020년 3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