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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나야/모란과 작약

봄은 한 장면씩

by 이신율리 2020. 3. 20.

 

 

 

 

 

걸어 걸어서 삼 만리쯤 가면 예봉산에 닿을 산길을 간다

 

들켜버린 진달래도 어서 오세요

개나리 한 다발은 어찌 산에 오르셨는지

 

흙길을 밟으면 발바닥이 간지러워

동구 밖 과수원 길을 부르고 싶다

조금만 더 가면 배밭이 나와요

배꽃 하얄 때 놀러오세요

 

 

 

 

 

 

 

이맘때면 꽃다지가 제일 이쁘죠  

이름은 누가 지었을까요?

구름이 내게 묻네요 

 

 

 

 

 

 

문인석 할아방 안녕하세요

오늘 젊어 보여요

 

봄이라 서 계실만 하죠

꽃피고 새우는데

허허

 

 

 

 

 

 

산길 가다가 묘둥지만 보이면 인사하죠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할미꽃 아직 안 피었나요?

언제 피나요?

그때 놀러 올게요

 

할미꽃 한 송이 아직 주무시고 계심

 

묘가 다 할아버지로 보이는 이유는?

 

 

 

 

 

 

어머나 한 송이

폰을 들이댄다

할미 놀라지 않으시게 소리 작게 찰칵

오래오래 사셔요. 인사하고 돌아서는데

 

 

 

 

 

 

우와 두 송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웃으시느라 꽃가루까지 흘리시고

 

 

 

 

 

 

 

 

 

 

 

산에서 내려오는 길

하늘은 버드나무를 배경으로 저리 푸른데

주말농장 비슷한 곳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밭을 고르고 계신다

거기다 뭐 심으실거예요?

감자 심으려구, 뭐 있나

요즘 감자 심던데요 어쩌꾸 저쩌구 궁시렁궁시렁~ 블로그에서 본 풍경은 있어서,

 

황해도에서 열 아홉에 넘어와서 고생한 이야기 풀어놓으시고

나는 추임새를 넣어드리고

 

나도 이런 텃밭 하나 있음 좋겠다 상추랑 고추랑 심게~  했더니

저기 저 것도 내꺼야, 두 고랑 줄테니 한 번 심어봐!

앗싸!~ 저게 내 밭이다. 며칠 있다 상추, 고추 모종 들고 갈 것임

 

 

 

 

생강나무꽃 아래서 쉰다

백합 향내는 어디서 오는 걸까

참나리 새싹은 무리 져 나오느라 사방이 다 오후 3시 10분

봄은 이렇게 한 장면씩 내게로 온다.

 

 

2020년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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