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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나야/모란과 작약

우여회 좋은 때

by 이신율리 2020. 6. 6.

여태 코로나 때문에 못 갔다가

다시 코로나 성하기 전에 강원도에서 충청도로 ~~

 

시댁에 가서는 어머님이 키운 꽃을 보고

아버지 엄마 보러 가서는 한창인 우여회를 먹고 왔다

(낙동강 하구와 금강 하구쪽에서만 난다는 우여, 기름기가 많아

뼈가 굵어지면 말려 겨울엔 자글자글 팬에 구워먹기도 한다.

예전엔 머슴아저씨들 우여회 듬뿍 안 해주면 일을 부실하게 했다는 전설이 ...)

 

 

 

 

 

모 심을 때 먹는 우여회

미나리와 마늘잎을 넣고 무치는 우여회

우여회를 먹어야 여름을 잘 날 수 있지     

 

 

 

새잎이 날 때 감나무는 어떤 기분일까

 

 

 

 

 

 

처음 지은 집 같아서

양철지붕이 이뿌다고

마늘이 익네

 

 

 

 

 

 

조연이 이렇게 이쁠 때도 있지

 

 

 

 

 

 

 

소먹이 풀이 그리는 추상화 출렁~~

저기 어디쯤 귀신 얼굴이 보일듯도 하고

일루 와 봐 그러고 싶기도 하고

 

먼 앞동네 골목을 기웃거렸다

아카시아 향내에 넘어질뻔 한 언덕

보는 이 없어도 자꾸 크던 살구나무

담을 넘던 수국 한아름을 안고

그 밤을, 조심성 없이 건너가는 일

 

 

 

 

 

전자파 차단에 좋대나

어떻게 해서라도 선인장 이뿌다고 떼어주려는 우리 엄마

나는 만지면 가시에 찔리는데

엄만 만져도 안 찔리는 이유가 뭘까?

 

 

 

 

 

버지는 차 안으로 노랗게 오만원을 넣어주시면서

가다 맛난 거 사먹어, 어여 조심해서 올라가

집에 다녀올 때마다

다음에 또 볼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

 

"아버지 살면서 언제가 가장 좋았어요?" 했더니

"지금이 젤 좋아"

얼마나 바쁘고 힘들게 사셨으면 아흔 하나 지금이 젤 좋으실까

 

 

2020년 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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