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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나야/모란과 작약

익어간다는 것

by 이신율리 2020. 3. 24.

 

 

 

 

 

밖에서 만나지 못하는 햇살을 불러봅니다

제가 아니고 표고버섯이 부릅니다

꼭지는 더 많이 부릅니다

 

곁에 앉은 나도 마르고 있습니다.

 

 

 

 

 

 

쑥 뜯으러 갔다가

곰보배추를 처음보고 신나서 춤을 덩실~

조금 뜯어와 데쳐 나물로 먹었다가 춤 취소!

뭔 생선 비린내 더하기 그 뭐냐 사약 수준입니다.

 

말려서 감기 증상 있을 때 끓여먹는다고 이번엔

곰보배추 뿌리가 어여 들와 햇살, 그럽니다

 

 

 

 

 

차 몇 번 끓여마시자고

생강 꽃 한 줌 따왔습니다

벌꿀냄새가 납니다

 

꽃잎이 햇살처럼 풀어집니다

햇살햇살 들리시죠?    

맘이 고와야 들립니다

그대는 들리시오? 하고 묻지 마십시요

 

 

 

 

 

강경 연수당 한약방에선

이렇게 햇살 없이 마르는 것들이 있습니다

오이꼭지, 참외꼭지, 가지꼭지, 수도꼭지, 같은 것들이 들어있을 것 같습니다

 

 

 

 

 

 

제주에서 한 줌 가져온 구기자도 마르시는 중

가만 보면 얼굴에서 하루방이 보입니다.

 

 

 

 

 

 

 

유해공기 정화시키는 아이도

햇살 좋아 배란다로 출장 나오셨습니다

 

 

 

 

 

 

엄마 장독에선

장이 익고 있습니다

말린다는 것은 익어가는 것이라고

 

 

 

 

 

자주 가는 남해 휴양림

오고 가는 길에 만나는 더펄군도

이렇게 눈 지긋이 감고 하루를 말리십니다

 

 

 

 

 

이탈리아 어느 길거리 공연

익어가는 모습을 잘 보여 주시던 멋이 기억납니다

 

 

 

 

 

 

우리는 모두 우리만의 방법으로

익어가는 중입니다

 

 

마른다는 것은 익어간다는 것

내 안의 젖은 것을 말려봅니다.

 

햇살 없이도 마를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 냅니다.

하얀 쑥의 솜털이나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냉이꽃과 바람의 만남

구름이 사슴 뿔을 달기 시작하는 무렵이거나

그리고 아직

이에는 이, 눈에는 눈, 하고 한 주먹 가슴으로 남아 있는 생각들

잘 말려서 익어가는 방향으로 틀어봅니다.

 

그대는 어떤 모습으로 익어가고 계신가요?

 

 

2020년 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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