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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나야/모란과 작약

시를 쓴다는 일

by 이신율리 2020. 7. 9.

 

 

 

글을 쓴다는 일

 

내 글을 옮겨다 놓은 걸 보는 일, 그리고 깜짝 놀라 감사하다고 댓글을 썼다 지웠다 하는 일

 

"그 시인의 시가 좋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 말을 듣는 일, 그러니 끝까지 좋아야 하는 일

 

남의 시선 생각하지 말고 내가 나도 무시하고 쓰세요. 내 안의 검열자를 지우고 쓰고 싶은 글을 쓰세요

 

잘 쓰고 있는 거라고 "모르는 과자 주세요"는 지금 읽어도 너무 좋다고 응원을 해 줄 때

 

몇 편의 시로 집중 조명해볼까요?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면서 나중에요 나중에 그럴 때

 

 

언젠가 어느 평론가가 쓴 글 중에

 

"가슴을 뛰게 하는 시를 쓰는 사람은 시인이 아니고 등단하기 전 열심인 습작생뿐"이라고 했다.

 

그 말이 맞는다고 생각했다

 

 

이제 시인이 되고 나서 집중하지 못할 때마다 새겨두었던 평론가의 말을 생각해 나를 다잡는다

 

엄마 말대로 "없는 것에서 뭔가를 끄집어내야 하니 얼마나 힘든 일여~" 그러니 시인 이란 단어에 사람 人자가 붙었나

 

가끔은 왜 시작했을까? 왜 여덟 살 때 꿈이 시인이었을까

 

어제도 시 쓰는 친구와 대화 중에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걸 왜 쓰냐며 웃었고, 이렇게 힘든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 하며 웃었다.

 

뒹굴뒹굴 티비 보는 남편에게 "당신은 시 안 써서 참 좋겠다" 그러면 손뼉 치며 웃는다.

 

웃음은 가끔 웃음이 아니기도 하다.

 

 

 

 

당선작 심사평 후로

내 시에 대한 글을 처음 써주신

파란편지 선생님의 글을 옮겨 적는다

- <콜록콜록 사월의 시를 읽고>

 

 

 

눈물겹다.

세상을 시로써 바라보게 한다.

고단한 세상을 시로써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나는, 이곳은, 이 세상은, 시가 꼭 있어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힘들고 어렵고 속상하고…… 시가 있어야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다.

 

평론가들이나 시인들은 이 시에 대해 뭐라고 했을지 궁금하긴 하지만 구태여 찾아보고 싶은 마음은 "1도 없다".1

이 시를 저녁 내내 읽어도 좋을 것 같았다.

 

사월을 콜록거리며 지낸 이야기?

이신율리의 카페 창문이나 이신율리의 선글라스로 본 세상은 재미있고, 아름답기도 하고, 추억처럼 아련하기도 하고, 아픔과 슬픔도 노래처럼 보인다.

나는 그 꿈결을 타고(시인도 꿈속에서는 나처럼 현실을 온통 굴절시켜가며 지내겠지?) 망원경이나 현미경 혹은 요지경 들여다보듯 세상을 본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다니!

이 신비로운 일에 대해 미안하고 고맙다.

 

 

*덧붙임*

 

나는 처음에 이 시인의 시 몇 편을 연속으로 보고 놀라웠고, 더 보고 싶었다.

한참을 기다려 이 시를 보게 되었다.

지금부터 또 기다리겠다고 하면 시인이 초조해질까 봐 걱정스럽지만 누가 보면 "걱정도 팔자"라고 하겠지.

시인이 이 글을 볼 리 없다고 할 수도 있고, 본다고 해서 초조해질 리가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다행이다. 나는 정말로 이 말을 하는 것이며 이 시인이 몇 달 후 혹은 그보다 더 걸려서

다시 이런 시를 보여주더라도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 이 말도 주제넘은 것이겠지.

시인 이신율리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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