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욱국은
미끈거린다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고
그래서 좋다는 사람도 있고
여름엔 문 닫고 막내 사위만 준다는데
야야 여름이 아니구 가을여, 전화기 속 이모가 그런다
내겐 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을에 자랄 아욱도 없다
아욱이 자란다.
텃밭을 주신 할아버지네 밭에서
아욱꽃은 잎겨드랑이에 연보랏빛 테두리를 두르고 모여 핀다
꽃말은 "은혜"라니 어째 아욱국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무궁화도 아욱과, 자세히 보면 무궁화꽃을 축소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뼈 건강에 좋은 칼슘과 단백질이 시금치 두 배나 된단다
뜯어다 먹을 것 있음 다 뜯어요. 저 아래 머위대도 베고 조선파도 뽑고 할아버지 말씀이다
성격은 활달해도 주변머리가 없어 손에 쥐어주지 않으면 못하는 성격이다
그때부터 아욱국을 끓이기 시작하는데
아욱이란 식물이 뜯고 돌아서 사흘이면 또 뜯을 만큼 새 잎이 나오는 거다 부지런 키도 하지
아욱 뜯는 내 손과 누가 이기나 내기라도 하듯이
생각해 보니 여태껏 먹은 아욱국보다 올여름 먹은 것이 더 먹었구나
어린 날
커다란 마당을 지나 사리문 밖에 텃밭이 있었다
그곳엔 달리아, 봉숭아, 분꽃, 시월국화가 핀 화단보다 골고루 작은 꽃들이 더 많이 피어있었다
호박꽃을 선두로 부추꽃이 피었고 쑥갓, 가지, 상추꽃이 한 겨울 빼곤 다 피었던 걸로 기억하는 걸 보니
누구도 꺼낼 수 없는 창고 깊이 넣어둔 기억이다
한 여름 점심때 엄마는, 상추를 뚝뚝 뜯어다 겉절이를 하고 아욱국을 끓였다
쌀뜨물에 멸치, 된장을 풀어 끓으면 바락바락 씻어 손으로 쥐어뜯어 넣던 아욱국
뜨건 아욱국에 풋고추, 호박, 가지무침이 차려진 상 앞에 앉으면
사랑방 뒤 대밭에 바람소리는 왜 그렇게 시원하던지
마당가 배나무엔 새파란 배가 디룽거렸다
아욱국을 끓이다 보니
이제야 어른이 된 것 같은 이유는 왜일까?
아욱국 하나로도 어른이 될 수 있구나
내가 끓이는 아욱국엔 얼마나 많은 여름이 들어 있을까
아욱을 손으로 쥐어뜯는 모습만 엄마 솜씨를 닳은 것 같다고
치마 아욱 따라 너펄거리며 웃는다
2020년 7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