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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나야/모란과 작약

골목 풍경

by 이신율리 2020. 9. 15.

 

 

 

 

 

 

 

 

 

 

 

 

 

 

 

 

 

 

 

 

 

 

 

 

 

 

 

아침에 느닷없이 일어나

골목 다녀올게

 

처음 가보는 골목

매일 다른 꽃이 피는 골목이 나타나면 좋겠어

나는 이런 길이 좋아 좋아

나팔꽃이 피고 지고

분꽃이 밤새 피고

분홍색 장미가 구월에도 피다니 ...

 

출근하느라 바쁘고

마스크는 바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

골목을 돌아나가면 유홍초가 기어오르고

달이 아직 가지 않은 하늘

 

벨을 누르고 싶은 가게를 지나

419번지엔 어떤 할머니가 살고 계실까

 

파 한 줌 각시처럼 품고서 겨울 향해 크는 배추들

어릴적 학교 선생님이 끓여 드시던 오차 나무도 오랜만에 만나고

지붕 위에 둥실 호박 앉혀놓고 또 열심히

전깃줄 따라 호박꽃이 환하게 피는 골목에서

감이 익고 대추가 붉고

 

 

2020년 9월 15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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