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 公平
이름난 꽃은 열매가 없다
천지는 만물에 있어 그 아름다움만 오로지 가질 수는 없게 하였다.
때문에 뿔 있는 놈은 이빨이 없고, 날개가 있으면 다리가 두개 뿐이다.
이름난 꽃은 열매가 없고, 채색 구름은 쉬 흩어진다.
사람에 이르러서는 또한 그러하다.
기특한 재주와 화려한 기예로 뛰어나게 되면
공명이 떠나가 함께 하지 않는 것은 이치가 그러하다.
이인로 (파한집破閑集)
李仁老 고려 때 학자 문인
열매가 귀한 것은 꽃이 시원찮다
뿔이 있는 소는 윗니가 없고
날카로운 이빨을 지닌 범은 뿔이 없다.
예쁜 꽃치고 열매가 변변한 것이 없고
열매가 귀한 것은 꽃이 시원찮다.
좋은 것만 가려서 다 갖는 이치란 없다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곳이 있게 마련이다.
많은 경우 곧 단점이 되기도 한다.
친구와 적은 언제나 동시에 존재한다.
모든 사람의 찬사를 받을 수는 없고
받으려 해도 안 된다.
정민 (한양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