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강습을 마치고 나오니 비가 내린다
회원께서 태워다 주신대서
다른 회원들과 지하로 내려갔다
평소엔 걸어서 오니 지하로 내려 가긴 처음이네
내려가니 수영장이다.
시원하게~ 물개들처럼 헤엄두 잘 치네 싶었는데
나도 모르게 ‘어머나 여자 남자가 같이 수영하네’ ~
일제히 나를 쳐다본다.
나? 멀뚱~
푸하하하~ 일제히 나를 보고 웃는다
아니 여기가 목욕탕인 줄 아세요
에구머니나~ 이런 일이...
나 이거 바부아녀?
나에겐 물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이 맘 때다.
아홉 살 때 강 옆에 큰 참외밭이 있었다.
여섯 살 동생과 원두막을 지키는데
소낙비가 무섭게 내린다.
비가 그치고 물이 불어난 곳에 동생과 바지를 걷어 올리고
누가 먼 곳까지 들어가나 시합을 했다.
논가에 수통을 묻었던 자리에서 앞서던 동생이 쑥 미끄러지며 들어간다
얼른 나와! 내가 소리 쳤더니 동생은 물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들판엔 비 온 끝이라 개미새끼 한 마리 없다.
세 번을 솟구쳐 오르더니 소식이 없다.
살려 주세요~ 지르고 또 질러댔다 (예나 지금이나 소리가 컸나보다)
마침 근처에 나왔던 아저씨가
물속에 들어가니 목까지 물이 찬다
한참 후에 발에 뭐가 걸린다고..
끄집어 내서 배를 누르고... 이래서 동생이 살아났다.
동네 어른들은 누나가 똑똑해서
물속으로 같이 들어가지 않고 소릴 질러서
동생을 살렸다고...
하지만 난 아직도 가끔씩 생각해 본다
과연 내가 영리해서 였던가
아닌 것 같다
아마도 겁이 많아서 들어가지 못 한 것 같다.
여러 가지로 물에선 난 큰 바보다.
2006. 07. 13. 杏바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