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닮은 친구
아버지께서 넘어지셔서 입원하셨다
병원에 들어서니 아버진 다리를 들어 올리고 누워계셨고
맞은편 침대에서 유난히 반기는 사람이 있네
어디서 본듯한
나여~ 검게 그을려 약간은 수줍은 듯 ...
오메 이런~ 생각이 잘 안난다
초등학교 남자 동창이긴 헌데...
우선 인사부터 하고
솔직하게 어쩌지 실은 이름이 잘 생각이 안나네
미안하긴 했지만 묻는것이 나을 것 같아서..
그럴겨~ 멀리 떨어져 사니 이름을 잊을수도 있지 뭐 하며
오히려 자기가 더 미안해한다
일루 와서 앉어 하며 손을 잡고 놓지를 않네
옆에 마나님도 계신데...
어색해 하는 내가 참 이상하다.
박카스를 따주며 마시라고
복숭아를 씻어 가져오라고 난리이다
고추푸대를 차에 옮기다가 갈비뼈에 금이 가서 입원중이란다
초등학교 6년을 함께 다녔는데
너는 내 이름을 아는데 나는 왜 네 이름을 까마득하게 기억 못할까
순하디 순한 모습이 옛적 그대로다
어쩌면 저 나이에 어릴적 소년이랑 똑 같으네
형편이 어려워 공부하지 못하고 시골에서 농사만 짓고 사는 모습이
천상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오는 소년 같으네
웅~ 기럼 난 그 윤초시댁 손녀딸 하하~ (소나기 올 때 놀러 나가야징~~ )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친구한테 전화하라고 얼마나 착한지 감동에 감동 연속이래나
아버지 머리 감겨 드리고
휠체어에 태우고 옥상으로 어디로 바람쐬러 다니고
다리도 주물러 드리고..
세상에나 자식보다 나으네
한참을 생각했다
난 너를 기억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친구에게 교만히 보이진 않았을까
참 오랜만에 순수했던 친구의 모습을 보며 다시 나를 돌아본다.
참 아름다운 친구야
발갛게 피는 봉숭아가 너를 닮았구나
사랑해 친구야
2006. 08. 21. 살구
'나비야, 나야 > 살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처럼 소리 사랑하기 (0) | 2006.09.13 |
---|---|
동창회 (0) | 2006.08.24 |
착한엄마 못된딸 (0) | 2006.08.18 |
당신은 한국인인가? (0) | 2006.08.16 |
아부와 애교 (0) | 2006.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