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흔 여섯 되신 우리 할머니
할머니 살구왔어요 하면
귀가 어두워 꿈쩍도 안하신다
귀에 바짝 대고 기차 화통 삶아먹은 소락배길 질러대믄
아항~ 살구왔니? 언제 왔어~
작년에 돌아가신다고 우루루 병원에 몰려 갔었는데
내 손을 잡고 할머니 소싯적으로 돌아가
네 아버지 군대 두번 가는데 찾아갔더니 바로 떠난 이야기부터
목소리에 힘이 넘치더니 돌아가시긴 100살은 사시겄네
모두가 재미나게 궁시렁~ 궁시렁~
울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시는 선물은 쌍화탕이다
내가 쌍화탕을 사들고 가면 한병 따서 벌컥 벌컥
그려~ 내가 오래 살면 다 네 덕인 줄 알련다~
하하~ 할머니 지금도 무지 오래 사신건데 하고 주절거린다
울 할머니 귀가 어두워 내 얘길 하나도 못 들으시니.. ㅎ
그러시던 할머니 엇그제 시골에 내려갔더니
고추밭에서 풋고추 골라 따시느라
돌아 다니실 땐 저리 지팡이를 짚으시고
볼은 꼭 여인네 볼터치 한 것처럼 불그스레 이쁘시다
어려서 동생 재울 때
청사~~ㄴ 리~ 벼어~ㄱ 계에 수야~ 하시며
시조로 자장가를 부르시던 할머니가
어느새 백살을 바라보시네
하기사 나도 이제 이리 나이를 먹었으니..
감을 무지 좋아하는 내게
단감 쓱쓱 문질러 먹으라 하시고
저리 붉은 감 가지를 꺽어가라고 성화시다
한가지 꺽으면 하나 더 꺽어다 방에 걸어놔 하시며
살구를 닮아 고운 걸 아시는지..
웃는 모습이 천진스러워
그냥 나도 같은 모습으로 따라 웃는다.
시골집에서 바라본 건너 마을 풍경
올핸 태풍도 없이 지나서 더 풍년이네~
어릴때 저리 먼 건너 마을까지 다 들리도록 울어 제꼈대지 내가?
그래서 목청이 진즉 터졌다고..
우리 소릴 하지 않았으면 그 소리로 바가지만?? ㅋㅋ
아침에 일어나 뒷산을 보니
억새꽃 뒤로 안개꽃이 만발하였네
어릴적 추억이 스멀거리듯
작은 아이가 튀어 나올 것만 같아
한참을 서 있었네
고향.. 좋으네
따스하고 다정하네
할머니가 있고 아버지 엄마가 있고
뛰어놀던 내 유년의 동산도 그 자리에 있어
내 고향이 마냥 좋으네
2006. 10. 20 杏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