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 여행기2.
욕지도(欲知島) 알고자 하거든..
밤에 몇번을 일어나서 배란다를 들락거렸다.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밤 2시
눈앞에 보이는 바닷가에선 등대불이 빨강 노랑으로 여기 저기 반짝인다
까치발을 들어 둥지 옆에까지 등대불을 세어 본다.
하나 두울 셋 네엣 다섯 ..
이렇게 등대가 많이 보이는 둥지는 첨이네
빨강 등대는 엄마처럼 퉁퉁하고 노랑 노랑거리며 반짝이는 작은 등대는 아기 등댄가 부다
혼자서 잠 안 자고 너풀 너풀 동시를 그리고 있다.
계속 비가 내리면 어쩌나.. 보슬비는 쉼없이 이마를 간지럽힌다.
친구는 비 걱정도 하지 않고 잘도 자고 있고..
7시가 넘어서야 뿌옇게 날이 밝는데 햇님은 먼데로 마실을 갔는지..
아침까지 천덕꾸러기처럼 보슬비는 쉼없이 잘도 보슬거린다.
어제 중앙시장에서 매운탕감을 가져왔다.
'매운탕 끓여 먹자' 엇저녁 달아공원 매점에서 소금 한줌 숫기 좋은 친구가 얻어 왔지
히히~ 그럼 우리 도다리 줄돔지리 해먹자
버너에 노랑냄비까지 준비성 철두철미(의기양양 !!)
악~ 수저가 없네 히히~ 그렇다고 못 먹을 우리가 아니지
종이컵으로 왕수저 만들어서 잘도 후루룩 쩝쩝~
30분 뒤에 세상에서 가장 맛난 보약같은 노란 찐한 국물에
햇반(햇반맛은 생략 ㅋㅋ 쥬금이당~~)과 먹으며 하루 일정에 몸보신을 더했다.
오늘 일정은 사량도와 외도이다
실은 남해안을 택한 이유가 외도를 가기 위해서였으니
어제는 긴시간 내려 오느라 피곤해서 오늘로 미뤘었다.
욕지도 가는 뱃길
아침을 먹고 나니 9시
사량도 배편을 물으니 첫배가 9시 30분이란다 그 다음은 12시 30분
으~~ 사량도는 포기다
욕지도는 실은 계획한 일정에 포함시키진 않았었다.
사량도가 떠나니 그래도 욕지도를 사랑해야지
욕지도를 들러서 외도에 가리라
급히 서둘러 삼덕항으로 태풍처럼 달렸다.
욕지도(欲知島)
경남 통영 욕지면에 자리하고 있는 욕지도는 한려수도의 끝자락
남해의 맑은 물에 자리하고 있는1시간 거리의 아름다운 섬이다.
여행 떠나기 전 아는 분이 다녀온 사진을 보고서 시간이 된다면 들려 봐야지 했던 섬이다.
외지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같은 통영시에 속해 있는 한산도, 비진도, 매물도 등 유명세에 눌려 있는 탓이다.
80리의 짧지 않은 뱃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먼저 한려수도의 수려하고도 서정 넘치는 풍광에 매료되었다.
꽤나 큰 섬으로 1시간 거리 자동차와 사람 둘이 7만원이니 운임도 만만치가 않다
욕지 금룡호에 올라 외도 배편을 알아보니 2시 30분이 마지막 배란다
우째 이런일이~ 욕지도에서 나올 배 시간이 2시 30분인데
오늘 외도는 틀렸네 (비가 와도 외도 유람선은 운항을 한다니 내일 가지 뭐~)
보슬비가 좀더 굵어지고.. 바람도 세차게 펄럭거린다.
안개는 다 어디서 몰고 왔는지 .. 머리를 풀어 헤치고 난리가 났다.
조선의 안개 아니 지구 안개가 다 모였다.
안개만 아니었음 저 멀리 두둥실 나를 반길 작은 섬들을
마음껏 가슴에 안아 올 수 있었건만..
섬 전체가 바위인 욕지도의 풍광이 기막힌 절경이다
기절할까봐서 이리도 안개가 내 시야를 반 넘어 또 반을 가리나보다
돌고 돌아 해안가를 따라 가는 풍경이 그림이다.
뿌연 안개에 보슬비까지 합세하니 마음에도 천천히 안개가 내리네 에혀~
근사하게 솟아있는 전망대에서..
저멀리 안개속에 숨은 작은섬들을 야속히 바라보았다.
어찌 너를 다시 만나리.. 다시 만날꺼나 ..
가슴을 수없이 쓸어내리고..
바닷가에서 유치환
나의 귓전을 쉼없이 울림하고 스쳐가는 바람이여
창망히 하늘과 바다의 끝간 데 없음이여
하염없이 닥아치는 파도여
-그리움이여
옷자락처럼 네게로 네게로만 향하는 그리움이여
나는 눈을 감는다.
나는 없다.
아니다, 나만 있다.
천지간에 나만이 있다.
아슴한 하늘 끝 파도소리 바람소리 되어 나만이 있다.
구름 밖의 학의 울음 같다.
젓대소리 같다.
천지는 비고
한가락 읊조림만이 남아 있어
-그리움이여, 그리움이여
유치환님의 '바닷가에서'란 시가 전망대에 걸려있다.
아마도 청마의 고향이 충무라서 욕지도의 아름다움에 젖어
그리움으로 옮긴 시가 아닐까..
안개 사이로 살풋 보여준 쪽빛 바다가 절경이다.
흰작살 해수욕장
겨울바다의 쓸쓸함을 몽땅 안고 있는 모습이다.
여름엔 이곳에도 사람들의 꽃그림자가 구름처럼 피겠지
근데 흰작살 이름도 희안타~ 뭔가 작살내고 말 것 같은..ㅋ
한적한 바닷가에 세워진 열녀문
가까이 내려가 보니 겉모습만 남아있고 불에 타서 숯검정이다.
이곳 작은 바위에서 미끄러워 우당탕~ 하고 넘어졌다.
바다로 흘러 들어가지 않은것만두 참 다행임 ㅎㅎ
청바지에 황토빛 흙으로 멋지게 그림 그리고 자빠진 다리 위로 큰 돌이 앉아 있었다는..ㅎㅎ
아퍼 죽는 줄 알았음
근데 친구는 것도 모르고 쥐포랑 오징어 굽고 있었다는.. 이론 야속한~
비가 내리니 할 일이 없는지 갈매기가 양식장 위에서 졸고 있다.
갈매기 날개짓을 담고 싶은데.. 하하~ 친구가 작은 돌맹이를 휙~
아아~ 조심해서 던져 새대가리 맞음 아이큐 더 떨어진다 ㅋㅋ (두번 던졌음)
1시 30분에 내렸던 항구로 와서 식당을 찾았다.
식당을 다 뒤져도 일곱집이었던가?
40년 전통의 돼지국밥 집 간판이 젤로 눈에 띈다
배로 차멀미로 인해 간판을 보니 속이 더 느글거린다.
겨우 된장찌게를 찾아서 점심을 먹고 나니 잠이 솔솔거린다.
선착장에 가니 2시 배가 있어 물으니 삼덕항에 내려 준다고 타랜다 (원래 우린 다른 2시 15분 배였음)
하하~ 이 배 탔다가 연화도항 거치고 또 다른데 거쳐서 40분을 더 탔으니
올때 탔던 배는 직행이요. 갈때 탄 배는 완행이었나 보다
덕분에 차안에서 담요 덮고 파도소리, 바람소리, 빗소리 자장가 삼아서~ 콜콜 잘 잤다는..
창밖으로 보슬비는 더 통통하게 내리고
차보다 귤박스, 고구마 박스가 더 많이 실린 배는(욕지도 특산물이다)
삼덕항으로 사나워 지는 파도를 타고 씩씩하게 살구처럼 나가신다.
거제 포로수용소
배에서 내리니 3시 40분 이젠 통영을 떠나야지
햇살이 눈부실 것 같은 거제도로 가자 내일 외도에 가려면..
거제도에 오면 꼭 포로수용소를 들러야지 했었네
친구는 스무 몇해 전 봄에 왔었다고 궁시렁 거리면서.. (근데 나중에 옛날 흔적도 못 찾았음 왕바부~)
포로수용소 입구
비가 내리는데 웬 분수인지.. 푼수 같더만~
끊어진 대동강 철교를 지나고 있는 처절한 피난민 1.4후퇴때의 모습이란다.
울타리에 이쁜 열매가 꽃보다 더 붉게 피워댄다
포로들의 아픔을 아는지.. 빗방울에 젖어 붉은 열매가 아픔보다 더 진한 모습이다
가슴 아픈 단어들..
끊어진 대동강 철교, 피난민들, 포로..
전쟁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케 한 거제도 포로 수용소
이 땅의 아픈 역사를 딛고 간 모든 이들에게
사랑이 넘치는 평화가 함께 했으면 하는 기원을 하면서
외도가 가까운 곳으로 두번째 둥지 틀 곳으로 날개짓이 고운 밤이었다.
2006. 12. 7. 杏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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