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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 발목들/경상도

남해안 여행기3 - 몽돌 해변, 여차 해변

by 이신율리 2006. 12. 12.

 

 

해금강의 해변

 

 

꼭 들릴려고 했던 학동 몽돌해변을 찾아가자.

산길을 굽이 굽이 돌아가도 바다는 그림자도 주지 않는다.

꼭 바다를 찾아가는 것이 아닌 대관령 고개를 넘는 것 같다.

느닷없이 얼마나 멋진 바다를 보여 줄려는지 가도 가도 깜깜소식이다.

밖은 벌써 어둠이 몰려오고..

어스름히 바다가 보인다

어쩜 산길을 무지 막지 오르다가 느닷없이 덜컥 바다네

 

그물개(학동) 몽돌 해수욕장

학동해변이 그물을 펼쳐 놓은 것 같은 형상이라서 붙여진 이름

몽돌은 '모나지 않은 돌'이란 뜻이다

 

해변가에 늘어선 모텔과 횟집에 편의점, 노래방까지

준비가 잘 되어 있는 걸 보니 이름난 해수욕장인가 보다.

음식점 불빛을 따라서 몽돌해변에 내려서니 작은 파도가 찰싹거리네

파도가 밀려갈 때 마다 들리는 몽돌 구르는 소리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100선'에 뽑힌 소리라네

  

 

 

 

저녁은 뭘 먹을까?

'해장국 집'이 작은 언덕위에 컨테이너 박스로 어설프게 서있다.

바지락 콩나물 해장국

왕조개가 수북히 들어있는 해장국을 먹으니 속이 확 풀리는 것이 살 것 같으네

거기다 주인 아저씨의 말씀 '내일은 날씨 좋겄네'

바로 앞이 외도 가는 선착장이니 푸욱 쉬자

 

 

 

자다가 벌떡 일어났다.엇저녁과 분명 다른 소리 심상치가 않다바람소리와 파도소리가 내가슴을 친다파도는 엇저녁 거닐었던 곳까지 성난 목소리로 올라와서 씩씩거리고까마귀도 놀랄만큼 나뭇가지는 막춤을 추고 있네다리 뻗고 울고 싶어라~이러다 외도 유람선이 뜨지 못하면..엇저녁 식당에서 거제도에 3번째 와서 외도 유람선을 못타고 떠났다는..다시는 거제도 오지 않겠다던 사람이 있었다는데 혹 내가??아침 6시까지 5번도 넘게 일어나서 배란다를 서성였다.

 

부시럭 거리며 7시에 일어난 친구'어~ 이 정도는 유람선 뜨고도 남는다'며 큰소리로 장담휴~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TV 뉴스가 나를 몰아친다오늘 내일 풍랑주의보!!    으악~ 내가 죽는다~~ 해장국집에 들어서면서 '아줌마 오늘 배 뜰까요?' ' '이런 날 뭔 배가 떠어!!'  텍~ 거리는 아줌마밥맛이 벌써 천리를 갔다 세상에나~ 외도에 갈려고 떠난 여행길인데..아침 먹고 나서 혹시나 하고 유람선 매표소에 가보니자물통이 덜컥허니 채워져있다.

 

몽돌 해변이나 걷자 (이때 찍은 사진 표정이 확실히 쓸쓸하게 나왔음)

파도가 엄청나게 밀려온다.

가까이서 이렇게 큰 파도는 첨이다 (집채만한 파도가 이건가보다)

파도가 뒤돌아 설 때 몽돌 소리도 엇저녁의 가르륵 거리던 소리가 아니라

다그락 우르륵 캥캥~ 화가 잔뜩 난 소리로 구른다

간지럽게 깔깔대던 엇저녁 처자들의 소리가 우악스런 남정네의 소리로 바뀌었네

  

  

  

 

 

학동 몽돌 해수욕장

 

몇년 사이에 몽돌이 1/3이 줄어들었다는..

해수욕장 한켠에 몽돌을 들고 가다 들키면 벌금 3십만원이라고 엄포를 놓는 팻말이..

저요? 몽돌 줏어 왔냐구요?  절대루 안 줏어 왔어요 항개두.. (꼬리 살짝 내림)

  

  

 

학동 몽돌해변의 오솔길에 오르니..

 

길은 땅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하늘에도, 마음속에도 있음을

우리들은 아직도 헤아리지 못한 채

기대와 설레임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오솔길을 오르자니 늘씬한 동백나무가 바닷바람과 함께 나를 달래주네

그 중 키가 젤루 큰 동백이 활짝 피어서 꽃길을 만들어 주고 있었지

앉아서 발등에 모자위에 동백꽃을 쓰고서 고운 추억을 남겼다오

 

 

 

외도에 가지 못하는 슬픔을 아는지..

겨울빛을 흠뻑 닮은 까마귀의 모습이 내 마음을 닮았네

 

 바다의 금강산 해금강

 

  

                            

 

  

해금강 해변

 

커다란 바위도 보랏빛이다

아기자기하게 펼쳐진 몽돌이 절반은 보랏빛이다

보랏빛이 파도에 씻기면 빛깔이 얼마나 이쁜지..

다 담아 오고 싶은 걸 참느라 죽는 줄 알았음

항개도 가져왔음 ㅋ

 

  

신선대

 

해금강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

보슬비는 내리고 바람은 사람을 실어 갈 만큼 불어 제끼고

 

 

 

 여차해변

 

'여차하면 여차로 오랜다'

 

신선대에서 여차해변에 닿을 동안 차안에서 이불쓰고 잠을 잤다

부시시 일어나 안개 낀 바다를 보았네

꽃만 피었다면 여기가 '몽유 도원도'

컵라면 냄새가 나를 흔들어 깨우고

그대가 끓인 라면이 이렇게나 맛날수가..

 

몽돌로 유명하지만 학동해변의 이쁜 돌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거의 기다시피 건너갔던 화석같은 바위 모습이 외국의 아주 오래된 건축물 같았다.

바람이 얼마나 세던지 내 무게도 날려 버릴 것 같아서

가끔씩 기우뚱 발랑~ 넘어질 것 같은..

바위에 기대서 추억을 담았네

청년같은 바람에 칭칭 감은 목도리가 작은 천사같은 날이었지

 

이번 여행에서 잔잔한 추억이 젤루 사랑스러웠던 곳 학동 몽돌해변

만나고 싶었던 외도를 포기한 채

부산으로 떠날 날개짓이 바쁘다.

 

 

 

2006. 1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