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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 발목들/경상도

매화마을 - 하동

by 이신율리 2007. 3. 13.

 

봄은 선비를 닮은 매화꽃 향기로부터 오지 않을까?

순하디 순한 겨울날씨가 얼른 일어나라 초록물을 가지마다 찍어대고

경칩도 되지 않아 개구리는 펄쩍거렸는데

몇일전 한겨울 날씨로 새봄은 땅을 얼리고 힘센 살얼음이 냇가를 덮더니만..

새싹들은 얼어서 그곳에서는 올핸 다시 싹이 오르지 않는다지.. 

봄잔치가 흐드러지는 멀리 남쪽지방 이쁜 꽃들은 꽃잎으로 가지를 덮고서

차디참을 어찌 견뎠을까?

 

5년전 친구와 찾았던 광양 '청매실 농원'으로 다시 새봄맞이 매화를 만나러 떠났다.

그땐 쫌 늦게 찾아 꽃잎이 폴폴 날렸었지

그때 만나지 못했던 꽃잎들을 만나야지

 

멀고도 먼 4시간 반 거리를 몇번씩 휴계소를 들르고

밭에서는 파릇거리는 청보리가 꽃처럼 피는 아지랑이에 웃음 짓고 있네

덕유산 휴계소에서 땅콩과자도 사고.. (살구는 여행할때는 계속 군것질을 한다는..)

아침식사는 버스안에서 두부조림에 취나물에 얼큰한 김치 아~ 맛있었음

롤롤~ 거리다 벌써 구례 산수유 마을이 눈앞이네

 

멀리 보이는 지리산 자락

산 정상에 핀 서리꽃이 참 아름답다 상고대라 했던가? 눈보다 열 일곱 배쯤 아름답네

산수유보다 서리꽃에서 눈은 떨어지질 않고..

 

마을로 올라가는 내내 연한 노랑빛이 수채화같은 모습으로 가슴까지 물들이고..

원래 지금쯤엔 산수유가 피지 않는다는데 덤으로 만나는 산수유

우리나라 산수유 50%가 이곳에서 나온대지

축제준비에 여기 저기 없던 화장실도 생기고..

30분 시간 준대서 사진찍느라 뛰다니고

길가 드믄 드믄 산수유로 만든 술과 산수유 열매를 파는 시골의 포근한 모습이 고향스러워라

산수유나무가 '대학나무'란다

예전에는 나무 한그루로 자식 대학을 가르쳤대니

지금은 산수유열매가 그닥 큰 인기가 없는지..

경기도 어디선가 겨울에도 그냥 나무에서 떨고 있던 쓸쓸했던 모습이 있었지

 

 


 


  

가까이서 산수유를 이렇게 많이 만난 건 처음이었다.

엇그제 추운 날씨로 꽃이 많이 얼어서 열매도 수확이 좋지 않을거란 아저씨의 말씀에 그늘이 졌다.

 

축제기간에는 관광버스도 너무 많아서 입구에서 걸어 올라야 된다는..

아직은 한가하다

노랗게 핀 산수유꽃 사이로 널따란 바위위에 노란털빛을 가진 고양이가

길게 늘어져 낮잠을 즐기고 있는 평화로운 날이었다.

 

점심은 화엄사 앞에 산채백반집에서

구수하고 귀여운 아저씨가 편안하다

"쩌으기 허연것은 박속이여라~"

"취나물도 산에서 직접 뜯은 것이구 라구라~ 머시기.. 허믄서"

남쪽지방에 와 있음을 깜빡 잊을 뻔 했네 아저씨 아니었음..

도토리묵도 꾹꾹 누르며 부서지지 않는다고 .. (그러다 퍽!! 허믄 어쩌려나~)

배부르게 점심을 먹고 그 난중에 길가에서 쑥을 뜯는 아줌니들..

꽃놀이 와서도 반찬을 챙기는 살뜰하고 알뜰함이 엄청 강한 우리네 아줌니들..

 

가자 매화향기 그득한 청매실농원으로..

 

 


 



매화식구가 많이도 늘어난 것 같다.

작년보다 일주일 쯤 개화시기가 앞당겨 졌대니

벌써 관광버스가 주차장에 빼곡하고, 가벼운 옷차림에 얼굴빛이 모두가 매화빛이다

오르는 길 옆으로 매화보다 앞서 뽐내던 동백은 찬서리를 맞은 모습으로 안타깝기 그지없고

첨 알았네 매화가 분홍빛, 하얀빛이 있다는 걸.. 드믄 드믄 아주 붉은빛도 있으니

매화는 모두가 연한 분홍빛인 줄 알았는데..

그래 몇년전에 산 전체가 분홍빛으로 넘실거렸던..

그새 삐진건 아닐까? 아님 살구를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서 하얗게~~ ㅋ

 

하얀 매화 꽃빛에  살찐 거름 탓인지 매화 그늘 아래 풀 친구들이 싱싱한 초록으로

하얀 매화꽃이 더욱 새초롬허니 밝은 모습이다

(새끼염소 한마리 끌고 와서 나는 누워 하늘을 보고 염소는 풀을 뜯고 ..  암소는 혼나겠지?)

 

없던 산책로가 생기고 '취화선' 영화 촬영소였다던 튼실한 대나무 길도 지나고

이곳 대나무는 매실찌끼를 먹는 호사를 누려선지 늘씬한 여인네 허리(?)만 허네~

위에서 섬진강을 끼고 내려다 보는 맛이 그만이다

잔설이 내린 모습같은 매화꽃과 푸른 강물, 하얀 백사장이 참으로 아름다워라

저 백사장에 여름이 오기까지 집 짓고 살면 꿈처럼 좋겠네

 

내려 오면서 매화나무 멋진눔을 찾아도 없다

겨우 금낭화란 야생화 한 아이 품에 안고

쑥도 사고 미나리도 사고 친구는 금방 필 동백을 사니 부자가 따로 없네

봄타령이 절로 흥얼 흥얼~ 발걸음은 매화향에 취에 흔들거리고..

 

내려오는 발길에 푸르고 잔잔한 이제 열 몇살 쯤 되 보이는 푸른 섬진강이 이쁘네

어느 시인이던가 섬진강에 반해서 이곳 어디메쯤 살고 있대지

시원한 여름보다 이렇게 매화꽃 흩날릴때면 얼마나 가슴이 부풀어 터질꼬

내려오는 내내 매화동산 뒷자락을 자꾸만 붙들어 보고

내 마음빛에도 매화향을 풍기며 살고 있을까

선비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정갈한 매화의 모습을

그렇게 닮고 싶단 생각이 섬진강 자락보다 끝이 없어라

 

햇님은 아직도 중천인 것 같은데 서둘러 차에 오르니

가슴에 눈처럼 매화꽃이 흩날리네..

 

 

 

 

2007.  3. 12.              杏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