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두 발목들/경상도

사량도

by 이신율리 2007. 3. 18.

 

꿈길이네

 

날빛이 아직 어둔 새벽이다. 햇님을 만나려면 좀 있어야겠네

중얼거리면서 배낭 짊어지고 카메라 가방에 간식거리는 3박 4일 먹을 것 처럼 들고서

기우뚱~ 만날 장소로 헐레벌떡~

7시 20분에 출발한 버스는 8시가 넘어서도 햇님은 잠에서 깨지 않고

어젠 그리 날씨가 좋더니만~ 어째 깨무륵허네

몇달을 노래 불렀었지 사량도 아니 사랑도이던가??

다녀온 이들의 입소문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젤루 좋다는..

작년 초겨울 남해안에 가서 들르고 싶었던 곳

'샤랑도' 경남 통영시에 속해 있는 아름다운 섬이다

통영의 추억도 다시 만나고 싶었고

중앙시장의 허연배가 통통한 도다리도 만나고 싶고..

 

4시간 넘어 도착한 선착장엔 벌써 키큰 관광버스 몇대가 떡허니 버티고 섰다

관광버스가 도착할 때마다 한가득 실은 배는 사량도로 떠나가고...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중간지점에 위치해 있는 사량도

바다를 품에 안고서 등반할 수 있는 작지만 등산의 묘미를 맘껏 느낄 수 있는 섬이다.

'사량도 지리망산' 날이 아주 맑은 날은 멀리 지리산이 보인댄다.

일명 '사량도 지리산'엔 등산객이 한창 꽃을 피워댄다.

 

내지항에서 여객선을 타니 친절한 아저씨 근처에 산들을 책 읽듯 들려 주시고

우리는 그림같은 사량도를 꿈처럼 바라보고..

20분만에 아저씨를 닮은 여객선은 50여명을 턱허니 사량도에 뱉어놓고 식식대고 있네

 

등산길 시작~ 이다.

준비도 하지 않았는데 앞장선 이들 100미터 달리기로 벌써 저만큼쯤 내달리고

우리는 오늘도 꼴찌겠지

지나는 밭가에 연보랏빛 앙징맞은 들꽃이 깔려있다. 이뻐 죽는 줄 알았네

쪼그리고 앉아서 손잡고 아롱다롱거리고 싶은데~

등산은 관심없고 야생화만 찾느라 정신을 놓고 있었더니 

친구는 디립따 얼른 오라 눈치를 주고..

산에 오르니 어머나~ 노루귀가 분홍빛 흰빛으로 내 발목을 잡고 놔 주질 않는다.

친구가 큰소리로 '우리가 꼴찌야~' 하는 소리에 내 허연 눈동자  야속하여라~

"내 담부터 산악회 따라오나 봐라" 하면서 속으로 씩씩대는 걸 친구는 알았을까?

"아니 산천구경을 하면서 산에 올라야지 땅만 보구 가냐?

어휴!!  멋없고 정없는 사람들 같으니라구" 하면서 삐죽거리다가..

앞선이들 꼬리도 안보이네 아이구 걱정이 쪼매 앞서니

걸음이 느닷없이 빨라진다. 무지 더워라

 

드믄 드믄 0.1초씩 바다 잠깐 바라보다가 다시 뾰족한 바위조각이 깔린 길로 전진

금강산 기암괴석을 축소해 놓은 것 같다(히~ 금강산 안 가봤음)

꼭 소인국에 나들이 온 것 같은 착각이다.(소인국도 안 가봤음)

이곳에선 사고가 나면 무조건 큰 사고란다

바위가 모두 칼같고 옆이 모두 낭떠러지니

이궁~ 야생화도 눈에 들오지 않네 후들 후들~ 투덜 투덜~

 

날씬한 빗방울이 살금 내리고 , 칼조각같은 울퉁불퉁한 길을 앞만 보고 걸어야 되고

1시가 넘었는데 점심은 안 먹으려는지.. 뱃속에선 고파타령이 절로 나는데.. 꼴찌에 밥타령만~

2시가 되어서야 꼬리를 잡아서 자리를 펴고 꿀맛나는 점심을 먹었다.

등산길에서 이렇게 맛난 점심은 처음이었다

호박잎 쌈에 초벌부추 겉절이에 묵은김치 볶음에 꼬들밥인데도 씹었는지 그냥 꿀떡 스르륵 넘어가고

싸가지고 간 오렌지 무거워 먹어 치워야는데 먹을새도 없이 ' 자아~ 갑시다'

아이구 야속한 아저씨~ 그래요 가자구요 에혀~~ 

 

 

A코스와 B코스 중 우린 B코스를 택했다.

헬레거리며 등산 고수들을 따라 다니느라 산천경계 구경을 못 했으니

1시간 짧은 길을 택해 야생화 구경하느라 정신을 놓았다.

 

새봄엔 작은 꽃들의 앙징으로부터 시작된다.

보랏빛 분홍빛으로 그리움을 부르는 야생화 현호색

하얗게 연분홍빛으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봄구경을 하고 있는 노루귀

눈처럼 하얀빛의 산제비꽃도 저좀 보세요 하며 아는체하고..

여기저기 이름모를 아기 꽃들은 봄을 살금 살금 깨우고

찔레나무 어린순들도 꽃처럼 어여쁘다.

 

어느곳보다 더 키작은 모습으로 봄을 꽃피우는 사량도의 야생화

어린시절로 돌아가 폴짝거리며 노래하고 뛰놀고 싶은 마음이다.

 

 

 

 

 

 

산길에 흐드러지게 피는 꽃은 진달래가 젤이지

서울에서는 봉오리도 만나지 못했는데 다 내려오는 끝자락에서 행운이었네

3시간을 낑낑거린 등산길에 분홍 비타민이 가슴에 안긴다

진달래 처녀들이 몽땅 봄맞이를 나왔나보다

까만밤에도 어둡지 않겠다.

나..  살구~

저곳에 둥지 틀고 싶어라   새라면.. (꾀꼴새)

  

  

 

 

참으로 오랜만에 만난 풍경이었다.

쌍둥이 아기염소가 나란히 엉덩이를 붙이고 풀냄새를 맡으며 졸고있고

먼발치에서 사진을 찍는데도 엄마 염소는 눈치를 챘는지 아기 가까이 오고 있다.

연두빛에 까만염소가 누가뭐래도 봄빛이다. 

하루종일 달려와 머문 섬에서 염소가족의 평화로운 모습으로

힘들었던 하루가 정겹게 마음 잔잔해지는 순간이다.

 


 

 

 

 

2007. 3. 17.            杏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