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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온 풍경 여든이 훌쩍 넘은 엄마는 유튜브를 보면서 무슨 요리를 하고 있을까 엄마가 키우는 꽃 앞에서 아버지는 어떤 책을 읽고 계신지 어릴적엔 방죽이 엄청 컸었지 가끔 사람도 빠져 죽고 아래쪽에선 이불 빨래들도 했었지 지금은 강아지풀 놀이터가 되었네 누구네 집일까 가만 생각한다 뒤로 둥 달도 떠오르고 평화가 다 여기 모였네 건너마을 풍경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내가 태어나 자랐구나 마당 입구에 복숭아 나무 올핸 황도가 많이 열렸다고 달았다고 그렇지, 가을엔 코스모스가 최고지 '고모 시골 풍경이예요' 조카가 보내온 선물 21년 9월 23일 2021. 9. 23.
고향 집 구월 엄마와 올케가 밭을 갈고 김장 배추를 심는가 보다 시골의 아침은 늘 안개속이야 늘 바라보고 자라던 집 앞 풍경 2021년 9월 10일 2021. 9. 19.
조팥밥 좋아하는 음식 중에서 밥요 어느 사람은 흰 쌀밥을 좋아하거나 현미밥 또는 흑미, 보리밥, 찰밥 좋아하는 밥들이 있죠 저는 가끔 차조에 팥을 넣고 밥을 해요 그것이 가만 생각해보니 제가 저에게 힘내라고 주는 먹거리 같아요 어릴적 동네 가난한 집이 있었는데 점심을 노란 메조로만 해서 밥을 먹는거예요 그땐 그 밥이 왜그렇게 맛있어 보이던지요 봉지에 보니 입맛 나게 하는 잡곡이라네요 차조가 팥은 잡곡중에서 가장 좋아해요 어느 사람은 생목이 오른다고 하는데 저는 팥만 삶아서 수저로 퍼먹어도 아무렇지도 않아요 반찬은 김만 있어도 되구요 아마 이럴 땐 내 어디가 조금은 부실한 것이 아닌지 싶어요 오늘 점심에도 밥을 해놓고 저녁까지 마치 무슨 간식처럼 먹고 있습니다 남편은 별로 안 좋아하는지 저만 먹으라 하는지 잘 안.. 2021. 9. 1.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 처음 듣는 나라를 얘기할 때면 괜히 신이 난다 마치 반은 그 나라에 걸쳐 놓은 듯 에스토니아 수도는 탈린이며 본토와 발트 해의 800여 개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1918년까지 독립국이었던 에스토니아는 1940년 소련에 합병되었다가 1991년 독립을 되찾았다. 북쪽으로 핀란드 만, 동쪽으로 러시아 연방, 남쪽으로 라트비아, 서쪽으로 발트 해와 접해 있다. 에스토니아와 우리나라가 수교를 맺은 지 올해로 30주년 작은 아들이 기념 공연을 떠났다 코로나 예방 접종을 2차까지 마쳤지만 그래도 걱정이 된다 원래는 러시아 공연까지 함께였는데 그쪽은 확진자가 많다고 정부에서 취소를 했단다 대사관에서 주관해서 가는 공연은 편하다고 일반인들 가지 않는 곳까지 가보니 좋을 때도 있단다 언젠가는 수단을 다녀와서 .. 2021. 8. 30.
풍로초 왜 꽃을 세 송이나 피웠어, 비바람이 이렇게 세찬데 그래도 피워봤어요 애기 주먹만 한 꽃그릇에서 어찌 이런 꽃이 필 수 있을까 노력하면 ... 갑자기 이런 생각이 21년 8월 24일 2021. 8. 26.
여름이 가네 방충망 너머 암매미가 쉬네 배 끝이 길죽한 것이 암매미 뾰족한 부분을 땅에 박고 알을 낳는다네 풍경소리 잠잠하고 매미 더 쉬고 싶은지 꿈쩍을 않네 신나게 노래하던 시절이 가네 땅속에 꿈을 심을 일만 남았네 그땐 풍경소리 들리고 앞장서는 바람따라 나도 꿈 꿀 일을 찾고 있겠네 21년 8월 18일 2021. 8. 18.
실잔대 제 몫을 한다고 꽃이 오래도록 피었었다 꽃진 대궁들이 이리저리 쓰러진다고 싹뚝 잘랐다 다시 일어선다고 싹이 돋더니 꽃피기 시작이다 "이렇게 예뻐도 되십니까?" 하고 물었더니 "이정도는 기본입니다" 다시 시작해야 할 일이 있다 나도 기본은 해야겠다 21년 8월 16일 월요일 2021. 8. 16.
참깨밭 나이가 몇인데 일을 이렇게 하시냐구요 참깨가 여물기 시작하면 잎이 시들어 떨어지지 않는다고 뭔 이파리를 이렇게 초전박살 내시고, 참깨는 션하겠지만 어깨 아프다는 소리도 헛소리여 기운 없단 소리도 괜한 소리여 그눔의 깔끔은 늙지도 않어 참깨 농사는 잘됐구만 오늘 뭐했냐고 했더니 엄마가 21년 8월 14일 2021. 8. 14.
윤숙노* - 이신율리《사이펀》2021년 여름호 윤숙노* - 이신율리 소매 길이를 잰다 풀어진 머리칼을 제치면서 잰다 짜증 낼 수 없다 귀신은 아무 때나 팔을 내주지 않으니까 버선을 넣어 만든 액자가 기울어 새벽종이 울린다 애썼다고 입에 땅콩 알사탕을 넣어준다 나이를 먹지 않아서 귀신은 존댓말이 필요하다 할머니는 귀신이 잘 보여 존댓말을 모른다 귀신은 옷고름 길이가 봄날보다 짧다고 투정했다 할머니는 섭섭해서 남산에서 목련처럼 울었다 붉은 치마가 더 붉은 날이었다 귀신은 금박을 무서워한다 금박 속에 귀신이 산다고 믿는다 할머니는 좋아한다 샛노란 끝동에 복복福자를 찍었다 귀신처럼 감쪽같다 할머니가 귀신처럼 웃는다 소매에서 팔을 뺄 때마다 팔이 자꾸 생겨났다 쉬지 않고 팔을 만든다 이제 색깔 옷은 지겹다고 할머니는 종로 3가 골목이 꽉 차도록 검은색 당초무.. 2021. 8.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