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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나야/발표 시36

별사탕 자석다트게임 - 이신율리 《다층》2020년 겨울호 별사탕 자석다트게임 - 이신율리 초록은 중요해 휴양림에 당첨된 것처럼 여덟 번 던져봐 몸을 뒤집는 나무 이파리를 향해 비행기 소나무 멀리뛰기 콩잎 방과 후 초록은 5점 여름과 겨울에 걸치면 안 돼 나이테는 인정해 주세요 아버지는 콩국수를 먹고 나왔습니다 2점 자꾸 불발이야 오늘은 기념일이 아니라서 어제 아닌가요 빛나는 꽝이네 그래도 선물은 쏟아져 인중 긁지 말고 집중하는 손끝에 비비탄을 심어봐 보디가드 3000총은 날아갔습니다 화약으로 골랐어요 터지지 않고 번쩍거리네요 죽어가는 사과나무를 베어 버리고 싶은 날이에요 나는 쑥쑥 자라고 다트판은 멈추지 않고 유전자 가위로 편집할까요 설탕물을 먹고 자라는 별사탕을 굴리면서 6일 동안 엄마를 키워요 오천 원을 모을 때까지 아버지도 총을 가져본 적 있나요 몇 번을.. 2021. 3. 4.
웹진 시인광장 선정 올해의 좋은 시 300 [282]벌써 지웠어요 벌써 지웠어요 / 이신율리 기차가 지나가면 수확 시간입니다 노래는 짧고 하늘은 네모입니다 후반부 건조한 공식에서 간격을 맞추고 마개를 닫아주세요 일요일엔 그림자가 없습니다 곤충 채집 시간 잠자리와 드론을 띄우는 나는 화가입니다 빈칸을 수배 중입니다 한 눈금 충전하시겠습니까 립스틱 색깔을 바꾸고 필체는 B컵입니다 숙취에 소인을 찍다 엉뚱하게 벨을 지웁니다 컬러링을 바꿨습니까 존댓말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독은 시계탑 아래 두고 직립하는 단어는 화상 파일에서 지웠습니다 신문 A면이 동트기 전입니까 서리가 내리는 2행시를 짓고 기획 상품에서 흠집을 찾겠습니까 반숙 달걀을 평등이라고 우기면 기울어지는 프레임에서 15포인트 벗어날 수 있습니다 비행운처럼 파랑에서 탈퇴하라 구조신호는 눈 속의 사냥꾼이 지운다 열매 많은 .. 2020. 11. 27.
굴절된 자리에서 만난 화자들 / 애지 계간평 - 최은묵 굴절된 자리에서 만난 화자들 최은묵 이신율리, 「벌써 지웠어요」(『포지션』, 2020년 가을호) 정우신, 「흑백」(『문학선』, 2020년 가을호) 이민하, 「하류」(『릿터』, 2020년 8/9월호) 류휘석, 「다정한 화자들」(『애지』, 2020년 가을호) 김유태, 「검은 원」(『문학동네』, 2020년 가을호) 0. 시는 직사광이 아니라 굴절광의 언어에 가깝고 이때 빛이 꺾이는 지점에서 비유나 상징이 발생한다. 시적 화자의 자리 또한 이곳이 다. 시인 대신 표면에 등장해 목소리를 내는 화자는 누구여도 상관 없지만 화자 뒤 시인의 형체가 도드라질 경우 화자는 객관성을 허 무하게 상실하게 된다. 즉 주관적인 어법은 직사광처럼 직관적이지 만 깊은 맛을 느낄 여유를 주지 않는다. 빛을 표현하기 위해 그림자를 그리.. 2020. 11. 27.
주문은 여기서 해주세요 - 이신율리 《포지션》2020년 가을호 주문은 여기서 해 주세요 -이신율리 주문은 여기서 해 주세요 낯선 사람과 마주 앉으면 왜 태풍의 이동 경로가 떠오를까 두 시를 넘어가는 난로는 뜨거워 유모차는 북극 토끼를 생각한다 커피믹스만큼 식은 사람들은 전화번호 뒷자리에서 시곗바늘이 지나치는 북극은 다음 정류장일 수 있다고 말한다 사과 얼굴로 변한 아이가 불량식품을 먹고 있다 누나 더하기 누나는 호피 무늬라고 말한다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유리문 안에 있다 TV에서 합성으로 의심되는 사진을 본다 호피 무늬가 숯불고기로 보인다 유리창 너머 자리마다 숯불이 시끄럽다 벽에 붙은 포스트잇은 번창하는 순서대로 주문은 여기서 해 주세요 풍선껌처럼 부풀어 오르는 유리창 밖에서 손을 흔든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다 기우뚱거리는 숫자에 물 폭탄이 터진다 아이가 운다.. 2020. 11. 27.
콜록콜록 사월 - 이신율리/ 김만곤 선생님 ​ ​ 콜록콜록 사월 /이신율리 배꽃이 질 때까지 나는, 사월이 하는 일을 보고만 있었다 날씨가 변덕스럽다고 발이 작은 운동화는 팔지 않았다 참외에서 망고 냄새가 났 다 사월이 콜록거렸다 푸른 것은 더 푸른 것끼리 속아 넘어가고 흰 것은 흰 것끼리 모였다 배꽃 같은 나이를 뒤적거렸다 달아나지 않으려고 네 칸짜리 사다리를 오르내렸다 하루가 갔다 하늘은 내일이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배꽃의 잔소리가 4차선 도로까지 따라왔다 노래하나 물고 새가 날아갔다 잃어버 린 가사가 둥둥 떠다녔다 손을 흔들어도 버스는 지나갔다 초록 티셔츠를 입은 울창한 숲이 아무도 모르게 헛발질을 했다 떫고 신것들이 툭툭 나이만큼 떨어졌다 열다섯 살에 잠갔던 배꽃이 먼 쪽에서부터 피기 시작했다 구름 뒤에서 나는 미끄러지지 않는 숲을 찾.. 2020. 11. 8.
벌써 지웠어요 - 이신율리《포지션》2020년 가을호 벌써 지웠어요 / 이신율리 기차가 지나가면 수확 시간입니다 노래는 짧고 하늘은 네모입니다 후반부 건조한 공식에서 간격을 맞추고 마개를 닫아주세요 일요일엔 그림자가 없습니다 곤충 채집 시간 잠자리와 드론을 띄우는 나는 화가입니다 빈칸을 수배 중입니다 한 눈금 충전하시겠습니까 립스틱 색깔을 바꾸고 필체는 B컵입니다 숙취에 소인을 찍다 엉뚱하게 벨을 지웁니다 컬러링을 바꿨습니까 존댓말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독은 시계탑 아래 두고 직립하는 단어는 화상 파일에서 지웠습니다 신문 A면이 동트기 전입니까 서리가 내리는 2행시를 짓고 기획 상품에서 흠집을 찾겠습니까 반숙 달걀을 평등이라고 우기면 기울어지는 프레임에서 15포인트 벗어날 수 있습니다 비행운처럼 파랑에서 탈퇴하라 구조신호는 눈 속의 사냥꾼이 지운다 열매 많은 .. 2020. 1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