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절된 자리에서 만난 화자들 / 애지 계간평 - 최은묵
굴절된 자리에서 만난 화자들 최은묵 이신율리, 「벌써 지웠어요」(『포지션』, 2020년 가을호) 정우신, 「흑백」(『문학선』, 2020년 가을호) 이민하, 「하류」(『릿터』, 2020년 8/9월호) 류휘석, 「다정한 화자들」(『애지』, 2020년 가을호) 김유태, 「검은 원」(『문학동네』, 2020년 가을호) 0. 시는 직사광이 아니라 굴절광의 언어에 가깝고 이때 빛이 꺾이는 지점에서 비유나 상징이 발생한다. 시적 화자의 자리 또한 이곳이 다. 시인 대신 표면에 등장해 목소리를 내는 화자는 누구여도 상관 없지만 화자 뒤 시인의 형체가 도드라질 경우 화자는 객관성을 허 무하게 상실하게 된다. 즉 주관적인 어법은 직사광처럼 직관적이지 만 깊은 맛을 느낄 여유를 주지 않는다. 빛을 표현하기 위해 그림자를 그리..
2020. 1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