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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나야469

자귀나무 호만천 끝을 달려가면 자귀나무가 있다냇가에 발을 뻗고 자라는 나무는 충만하고자귀나무 꽃은 밤에 더 활짝 핀다 그건 내 생각이다잎을 접어서 꽃만 더 돋보이는 밤이면 보기 더 좋다달큰하고 싸한 향내볼터지 솔바람으로 한들거리는 숨을 참고 맡아야 내게 도착하는 향저 분홍을 어쩌지, 어떻게 번역해야 하지장마 시작인데매일 와서 봐야하는데“아직 꽃봉오리가 이렇게 많으니까 괜찮아요”그렇게 말해주는 자귀꽃은 처음이다장마 끝을 기다린다 2025년 6월 27일 2025. 6. 27.
비닐우산 운동장 / 이신율리 《포지션》2024년 겨울호 비닐우산 운동장  내가 놀 때 너는 위조지폐 같은 미래를 준비하고나는 연기 나는 생선 골목을 돌아다녀 꿈을 이야기할 때 우린 빗방울처럼 튀어 오르지 제목 없이 수정이 가능한 것만 늘어놓고 계란프라이처럼 애매한 소린 빼고 비 오는 날도 하늘은 파랗지 젬베 소리가 들려 초침이 빠른 시계를 차고 마지막 공연처럼 스텝을 밟아봐미끄러질수록 확신에 찬 비가 내리고 있어 운동장의 눈꺼풀은 건너뛰어목이 꺾이면서 자라는 풀과 함께사랑니 같은 날씨는 접었다 펴면서솟아오를 때까지 초식동물처럼 달리자  만국기가 펄럭이는 트랙 위에서빗나간 공처럼 뛰어 오르자 테니스코트를 가로질러부재중 메시지는 지우고정오의 새는 날려 버려 토끼풀꽃에서 먹부전나비까지 마카롱 마카롱 길이 생길 거라고 키 높이에서 부는 바람을 따라연기 나는 생선 골.. 2025. 2. 12.
소름이야기 / 이신율리 《포지션》2024년 겨울호 소름 이야기 ​ ​사람들은 무심코, 차가운 이야기부터 시작하지 ​배를 넘어가던 구렁이가 있었지 그때부터 더위를 느끼지 못했어 기억은 시린 부분만 남겨두고 파먹지 힘줄마다 붉은 독니가 돋아 단숨에 따뜻한 것을 타고 넘지 ​소나무 가지에 매달았던 소름을 받아 써봤지 꼬리를 물고 늘어지던 소름 한 방울 받아 적었지 꿈틀거리던 눈빛과 마주쳤을 때 빠르게 그늘 속으로 우거졌지​깜깜한 묘지에서 겨울 별장이 걸어 나와 해를 일곱 개나 잡아먹은 시체꽃은 창문을 닫고 묘지에 기대 낮잠 자는 나를 큰 소리로 불러내 청춘가를 부르면 몸이 차가워져 사는 것보다 더 흔들리는 답은 뿌리 깊은 응달에 박혀 있지​사람들은 은근히, 소름 돋는 이야기를 좋아하지 ​여름은 꽃 피울 시간이 없어 세상은 그렇게 따뜻하지 않아 일곱 살을 삼킨.. 2025. 2. 3.
불세출 - 장단 불세출 "장단" 장구- 배정찬기타- 최덕렬가야금- 이준대금- 김진욱피리- 박계전거문고- 전우석해금- 김용하 24. 12. 13-14(금) 19:30(토) 18:00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 2024. 12. 9.
아르코 발표 지원 선정 - 안개의 노래외 6편 이신율리 아르코 발표 지원 선정 - 안개의 노래외 6편 이신율리  안개의 노래​풀이 나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안개가 태어난다멜로디와 발굽을 감춘 세계가 돋아난다​이곳은 풀밭이 뛰어다니거나발굽을 잃어버리는 것은 흔한 일이다​엎드린 저녁은 기도를 모르지풀밭을 덮는 폭설을 모르지​양의 기분은 묻지 않는다멀리 있는 평안을 바라봐야 하니까​양의 목소리를 닮기 위해 뒤꿈치를 들고 여러 번 마른풀을 읽고 지나간다​양 너머에서 안개의 노래가 깊어진다​여럿이서 혼자가 되는 안개의 시간 양 한 마리 겨우 들어갈 만큼 좁거나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넓은 곳에서 출렁거리는 양 떼처럼 노래를 부른다 ​조금 있으면 성자가 나타날 것이다어제 날아온 새가 다시 날아올 것이다뛰어다니던 풀밭은 풀밭으로잃어버린 발굽은 무너지지 않는 발굽으로​고요한.. 2024. 8. 8.
새야 새야 왜가리야 제 그림자를 쪼고 있다 물고기를 쪼고 있다 물고기는 쉽게 잡히지 않는다 하는 일이 그렇다 잡히지 않는 그림자는 더 어지럽다 얼음위로 조심조심 자리를 옮겨본다 가는 길이 그렇다 가만 그림자를 본다 나를 본다 그러다 그냥 지나치기도 한다 나는 그렇게 나이기도 하고 새이기도 해서 다시 나를 쪼기 시작한다 2024년 2월 14일 2024. 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