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비야, 나야464

애착 인형 손가락도 아프면서 딸에게 애착인형이라고 떠 주셨다 안으면 꼭 엄마를 안는 것 같아서 ... 딸이 가는데 엄마는 하염없이 바라보고 섰고 하나 있는 딸 별나게 키워주신 엄마! 이제야 부모 마음을 조금 알 것 같은 ... 그래도 이번엔 탑정호 출렁다리도 가고 아버지의 바깥 여행은 몇 번이나 더 있을까? 23년 5월 20일 2023. 5. 23.
2월 4일 오전 5시 51분* 외 6편 - 이신율리 (아르코 창작 기금 발표 지원 선정작) 2월 4일 오전 5시 51분* ​ ​ 듣기 평가 중 ​ 왼쪽 귀를 향해 사라지거나 멀리 있는 귀를 향해 소리가 소리를 지나치는 ​ 미칠 수 없어 차분해지는 계절 을 빌리고 싶다 ​ 악센트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환절기는 싸락눈을 몰고 왔다 ​ 포플러 이파리가 발등을 쓸고 갔다 ​ 후드티를 입고 새 학기 마스크를 썼다 주머니에 현기증 나는 단어들을 찔러 넣고 나비는 아직 출발하지 않았다 ​ 앞뒤 없이 듣기 평가는 계속되었다 ​ 일상을 일생으로 듣자 스피커에선 비발디의 여름이 출렁 ​ 마우스를 클릭했다 쉬는 시간엔 귀가 열리는 까닭을 모르고 이월과 이월 사이에서 벨이 울렸다 ​ 검색창에 평형이라고 쓰자 기억술과 초록 혈관이 떴다 이 조합은 무엇일까 ​ 사라진 왼쪽이 궁금했다 쉬지 않고 쉬는 시간은 끝이 났다 .. 2023. 3. 17.
화요일에도 별을 굽나요 - 이신율리 ​ 화요일에도 별을 굽나요 물방울 자세 도라지꽃이 있는 힘을 다해 하늘을 터트리면 몸 안의 푸른 물고기가 뛰쳐나와요 손깍지를 끼고 속눈썹으로 부르는 노래는 글썽해지지 않아요 악보 없는 노래는 쓰면서 달고 너무 달아서 쓰다고 소태나무 아래 오래오래 서 있어요 꽃밭 귀퉁이에 도라지 타령 한 자락을 풀어놓았죠 그럴 때 살아 있는 노래가 마디마디 일어서 뒤꿈치가 바삭해지고요 가끔 헌혈 후 받은 영화표 한 장처럼 귀를 생략하기도 합니다만 집중하는 간격과 간격 사이에서 징이 울려요 뒤통수가 무성해지는 화요일은 십 년이 넘은 종합 선물 세트죠 잘못 그린 그림 속으로 물방울 같은 발을 내디디면 별을 굽는 보라의 나라에 닿을 수 있어요 노래는 일곱 번 바람 끝을 돌아온 새카만 풀씨였다죠 풀씨 저 혼자 손톱 밑이 까매질 .. 2023. 3. 3.
5분 간 정차합니다 - 이신율리 5분 간 정차합니다 화분 속에서 민들레가 쑥쑥 올라와요 발등은 부어있고 솜사탕 목걸일 걸었어요 드레스와 립스틱이 문제네요 햇빛 쪽으로만 가는 청량리 행 전철이 동해바다로 가는 무궁화 열차를 보내기 위해 5분 정차합니다 그 시간은 동해바다를 위한 묵념 같기도 한데요 5분 침묵 속에 소란이 끼어들 수 있어요 귓구멍에서 이어폰이 자꾸 빠져 흘러간 노래가 흘러가지 못 한다면 기우뚱 웃지도 못하고 그대로 멈춘 동작의 생각까지 멈춰야 해요 5분을 사전처럼 펼쳐 놓고 스물일곱 번째 행 무궁화 꽃술 사이에 나를 끼워 넣어요 낱말 사이에서 점점 색이 짙어져 내가 나를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는데 모르는 단어처럼 먼저 화를 내는 쪽이 유리한가요 나무 밑둥을 탕탕 쳐봐요 그럼 포도가 열릴 수 있으니까 무릎 사이에 낀 가방처럼.. 2023. 2. 3.
봄딸기푸딩 말지나, 고추잡채 말뛰나 - 이신율리 봄딸기푸딩 말지나 고추잡채 말뛰나 당근 빛 흙길을 달려요 말지나 방울 소리 나는 웃음은 훈장 씀바귀 눈빛은 무시해요 서로가 다른 곳을 보는 가족사진을 지나 아무거나 잘 자라는 생태공원을 지나 환승은 막 구워낸 모래바람처럼 구파발 파프리카 콩나물 굿모닝 꽃빵 물을 좋아하진 않지만 바다가 보이는 언덕은 좋아해요 같은 말을 반복하는 꽃집은 시들고 타이레놀이 쌓여있는 정류장은 지나쳐요 계란이 돌아오고 청포도가 오는 다시마숲에서 뼈에 좋은 글루코사민 광고 중이에요 세례명 말지나, 칭기즈칸 말뛰나 거미줄 치지 않는 거미를 들여다보는 휴식 같은 보조 열쇠는 없어요 벚꽃 엔딩 컬러링 어서 오세요 몸살에 마침표를 찍으면 봄이 오나요 먹구름과 꽃무늬 원피스를 구별하진 않아요 살아날 것 같지 않은 오늘을 어금니 물고 말달려.. 2023. 1. 11.
모운동* - 이신율리 『문학의 오늘』 2022년 가을호 모운동* ​ 기울어진 곳에 구름을 채운다 붉어지는 쪽으로 벼랑은 자란다 ​ 삭도가 길을 찢을 때마다 하늘에 그림자가 지천이다 머물 수 없는 사람들이 더는 늙을 수 없어 구름을 만드는 모운동募雲洞 별을 캐는 바다를 끌어올리고 감자 꽃은 달빛이 피우는 거라고 믿었던 사람들이 카나리아를 따라 탄광 안으로 들어갔다 새카만 개가 빳빳한 지폐를 물고 섰다 눈에 불을 켜고 극장과 우체국을 부른다 편지를 부치던 얼굴이 벽화 속 으로 들어온다 축제가 시작되고 필름이 느리게 돌아온 다 옥수수 밭 사이로 기차가 온다 양귀비꽃 붉던 자리에 산국 향이 나는 별을 꿀꺽 삼키고 새벽에 기차는 온다 거울 속 너머 잃어버린 얼굴이 나를 보고 있다 닫힌 갱도에서 겹겹이 구름을 열고 영화를 보고 화전을 굽던 사람들이 걸어 나온다 감자 꽃.. 2023. 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