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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야, 나야/모란과 작약41

노루궁뎅이 지금 뭐하세요? 퇴고 하고 있어요 여기로 와서 등산할래요 산책도 좋구 근데 어떻게 가나요? 그럼 남편분과 같이 오셔요 네~ 정답게 오르막 내리막길 버섯을 알려주고 산을 알려주고 싶었던 거다 처음 보는 노루궁뎅이 버섯 만져보고 따보는 이 느낌 말캉함 낚시꾼들이 보는 손맛을 나도 본 것이다 내, 죽은 나무를 이렇게 세세히 관찰하기는 처음이네 소복소복 밤을 줍고 오늘은, 하늘이 밤색이라도 환하겠네 2020년 10월 6일 오후 3시 2020. 10. 6.
송편 송편을 만든다 쑥색 같은 어린 날이 늦봄으로 온다 엄마가 그랬지 송편을 예쁘게 빚어야 예쁜 딸을 낳는다고 그때 나는 송편을 예쁘게 빚었지 지금도 예쁘네 없는 딸을 갑자기 생각해 보는데 내게 딸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나처럼 욕심이 많았을까 욕심 만큼 팥소를 꾹꾹 눌러 송편 속을 넣으면서 가생이를 꼭꼭 집으면서 없는 딸을 만드네 쑥향이 나는 그런 딸을 만드네 블로그 벗님들 추석 잘 지내셔요. 2020년 9월 30일 2020. 9. 30.
골목 풍경 아침에 느닷없이 일어나 골목 다녀올게 처음 가보는 골목 매일 다른 꽃이 피는 골목이 나타나면 좋겠어 나는 이런 길이 좋아 좋아 나팔꽃이 피고 지고 분꽃이 밤새 피고 분홍색 장미가 구월에도 피다니 ... 출근하느라 바쁘고 마스크는 바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 골목을 돌아나가면 유홍초가 기어오르고 달이 아직 가지 않은 하늘 벨을 누르고 싶은 가게를 지나 419번지엔 어떤 할머니가 살고 계실까 파 한 줌 각시처럼 품고서 겨울 향해 크는 배추들 어릴적 학교 선생님이 끓여 드시던 오차 나무도 오랜만에 만나고 지붕 위에 둥실 호박 앉혀놓고 또 열심히 전깃줄 따라 호박꽃이 환하게 피는 골목에서 감이 익고 대추가 붉고 2020년 9월 15일 아침 2020. 9. 15.
아욱국 아욱국은 미끈거린다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고 그래서 좋다는 사람도 있고 여름엔 문 닫고 막내 사위만 준다는데 야야 여름이 아니구 가을여, 전화기 속 이모가 그런다 내겐 딸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을에 자랄 아욱도 없다 아욱이 자란다. 텃밭을 주신 할아버지네 밭에서 아욱꽃은 잎겨드랑이에 연보랏빛 테두리를 두르고 모여 핀다 꽃말은 "은혜"라니 어째 아욱국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무궁화도 아욱과, 자세히 보면 무궁화꽃을 축소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뼈 건강에 좋은 칼슘과 단백질이 시금치 두 배나 된단다 뜯어다 먹을 것 있음 다 뜯어요. 저 아래 머위대도 베고 조선파도 뽑고 할아버지 말씀이다 성격은 활달해도 주변머리가 없어 손에 쥐어주지 않으면 못하는 성격이다 그때부터 아욱국을 끓이기 시작하는데 아욱이란 식물이 뜯.. 2020. 7. 12.
시를 쓴다는 일 글을 쓴다는 일 내 글을 옮겨다 놓은 걸 보는 일, 그리고 깜짝 놀라 감사하다고 댓글을 썼다 지웠다 하는 일 "그 시인의 시가 좋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 말을 듣는 일, 그러니 끝까지 좋아야 하는 일 남의 시선 생각하지 말고 내가 나도 무시하고 쓰세요. 내 안의 검열자를 지우고 쓰고 싶은 글을 쓰세요 잘 쓰고 있는 거라고 "모르는 과자 주세요"는 지금 읽어도 너무 좋다고 응원을 해 줄 때 몇 편의 시로 집중 조명해볼까요?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면서 나중에요 나중에 그럴 때 언젠가 어느 평론가가 쓴 글 중에 "가슴을 뛰게 하는 시를 쓰는 사람은 시인이 아니고 등단하기 전 열심인 습작생뿐"이라고 했다. 그 말이 맞는다고 생각했다 이제 시인이 되고 나서 집중하지 못할 때마다 새겨두었던 평론가.. 2020. 7. 9.
우여회 좋은 때 여태 코로나 때문에 못 갔다가 다시 코로나 성하기 전에 강원도에서 충청도로 ~~ 시댁에 가서는 어머님이 키운 꽃을 보고 아버지 엄마 보러 가서는 한창인 우여회를 먹고 왔다 (낙동강 하구와 금강 하구쪽에서만 난다는 우여, 기름기가 많아 뼈가 굵어지면 말려 겨울엔 자글자글 팬에 구워먹기도 한다. 예전엔 머슴아저씨들 우여회 듬뿍 안 해주면 일을 부실하게 했다는 전설이 ...) 모 심을 때 먹는 우여회 미나리와 마늘잎을 넣고 무치는 우여회 우여회를 먹어야 여름을 잘 날 수 있지 새잎이 날 때 감나무는 어떤 기분일까 처음 지은 집 같아서 양철지붕이 이뿌다고 마늘이 익네 조연이 이렇게 이쁠 때도 있지 소먹이 풀이 그리는 추상화 출렁~~ 저기 어디쯤 귀신 얼굴이 보일듯도 하고 일루 와 봐 그러고 싶기도 하고 먼 앞동.. 2020. 6.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