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야, 나야/모란과 작약41 익어간다는 것 밖에서 만나지 못하는 햇살을 불러봅니다 제가 아니고 표고버섯이 부릅니다 꼭지는 더 많이 부릅니다 곁에 앉은 나도 마르고 있습니다. 쑥 뜯으러 갔다가 곰보배추를 처음보고 신나서 춤을 덩실~ 조금 뜯어와 데쳐 나물로 먹었다가 춤 취소! 뭔 생선 비린내 더하기 그 뭐냐 사약 수준입니다. 말려서 감기 증상 있을 때 끓여먹는다고 이번엔 곰보배추 뿌리가 어여 들와 햇살, 그럽니다 차 몇 번 끓여마시자고 생강 꽃 한 줌 따왔습니다 벌꿀냄새가 납니다 꽃잎이 햇살처럼 풀어집니다 햇살햇살 들리시죠? 맘이 고와야 들립니다 그대는 들리시오? 하고 묻지 마십시요 강경 연수당 한약방에선 이렇게 햇살 없이 마르는 것들이 있습니다 오이꼭지, 참외꼭지, 가지꼭지, 수도꼭지, 같은 것들이 들어있을 것 같습니다 제주에서 한 줌 가져온 구.. 2020. 3. 24. 봄은 한 장면씩 걸어 걸어서 삼 만리쯤 가면 예봉산에 닿을 산길을 간다 들켜버린 진달래도 어서 오세요 개나리 한 다발은 어찌 산에 오르셨는지 흙길을 밟으면 발바닥이 간지러워 동구 밖 과수원 길을 부르고 싶다 조금만 더 가면 배밭이 나와요 배꽃 하얄 때 놀러오세요 이맘때면 꽃다지가 제일 이쁘죠 이름은 누가 지었을까요? 구름이 내게 묻네요 문인석 할아방 안녕하세요 오늘 젊어 보여요 봄이라 서 계실만 하죠 꽃피고 새우는데 허허 산길 가다가 묘둥지만 보이면 인사하죠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할미꽃 아직 안 피었나요? 언제 피나요? 그때 놀러 올게요 할미꽃 한 송이 아직 주무시고 계심 묘가 다 할아버지로 보이는 이유는? 어머나 한 송이 폰을 들이댄다 할미 놀라지 않으시게 소리 작게 찰칵 오래오래 사셔요. 인사하고 돌아서는데 우와 두 .. 2020. 3. 20. 우리 민요, 좋아하세요? 우리 민요 우리 것이면서 우리는 모른다. 알려고도, 생각하지도 않는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경기민요를 전공했으면서 블로그를 만 15년이나 했으면서 이곳에 우리 소리에 대한 글을 한 번도 적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한 번은 적어보고 싶다. 노래까지 다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민요 민요는 통속민요와 토속민요로 나뉜다. 통속민요 - 전문 소리군이 부르는 소리 토속민요 - 국한된 지역에서 주민들이 부르는 소리 지역마다 사투리가 있듯이 지역별로 민요도 다르다. 경기민요, 남도민요, 서도민요, 동부민요, 제주민요로 나뉜다. 대학에서 전공도 경기민요, 판소리, 서도민요 이렇게 다르다. 경기민요 서울 경기 충청도 일부에서 부르는 민요 흔히 우리가 아는 민요 대부분이.. 2020. 3. 14. 쑥국 타령 쑥국 타령 입덧은 보통 3개월이면 끝나는데, 가끔 열 달 내내 하는 사람도 있어요. 중학교 때 가정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맨 앞에 앉아서 에이~ 그런 사람이 어딨어요. 애 낳기 전에 죽겠네 그런데 죽지 않더라 임신해서 굶어 죽은 사람은 없다고 마포 녹십자병원 의사가 그러더라 별나게 시작한 입덧은 마포 용마루 고개를 넘지 못했다. 먹고 싶은 것을 입 밖으로 꺼냄과 동시에 사라지는 입맛 치킨을 부르고 자장면 곱배기를 불러도 눈앞에 나타나면 추상적으로 사라지는 만찬들 그래도 마른하늘에 무지개도 뜨더라 쑥국 팔팔 끓는 물에 된장을 풀고 쑥을 쥐어뜯어 넣으면 쑥국 뱃속은 까스명수를 먹은 줄 착각한다. 쑥국 마포 근교 쑥이란 쑥은 내가 다 뜯어먹었다. 참고로 나는 토끼, 염소띠가 아니다. 쑥국 애기가 .. 2020. 3. 4. 사물에 말 걸기 잘잤니? 서로 묻는 시간 째깍소리에 잠을 못잤어 째깍소리 내느라 잠을 못잤어 우린 참 닮은점도 많다고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자고 알람브라 궁전에서 온 왕관은 상냥하다 까치발로 서서 벽에 기대 써본다 이사벨 여왕은 금세 콜롬보스 어디 계시요오~~~ 머리맡에 커피콩 커피도 안 마시면서 커피콩은 좋다 가끔 한 주먹 쥐고 먹는 시늉을 하기도 한다 그런 날은 커피콩이 양을 불러내고 나는 양을 센다 분홍은 봄 이중섭 핀은 겨울 빼고 파랑은 바다 갈 때 알밤 뚝뚝 떨어질 때 밤색 머리숱 많아서 서로가 좋아하지 않는 파랑 밤색 초록 하양은 부실해서 자꾸 고장 나는 천덕 씨들 쓸 만한 게 없네 화장대 옆에 사임당씨가 웃는다 오만 원을 좋아한다 절대 오백 원이 아니다 아들이 예전 크리스마스 때 준 선물 빼서 쓰지 마시오 콜.. 2020. 2. 25. 오뎅 오뎅 생선 살을 갈아 전분이나 밀가루를 넣고 빚어서 기름에 튀긴 음식 맞춤법 검사기는 어묵이라고 일러준다. 나는 오뎅이라고 쓴다. 엄마는 덴뿌라라고 하는데 그럼 튀김이 얼마나 빠르게 달려와 밑줄을 그을까 영양보다는 맛이라고 써놓고 오뎅은 좋아하지 않는다. 식당에서 반찬으로 나오면 가짓수 채우려고 나왔네 까칠한 성격이 살아난다 그래도, 후후 불면서 뜨건 국물 목으로 넘기고 적당히 불어 넌출거리는 오뎅 양념장에 꾹꾹 찍어 먹는 모습은 어쨌거나 살아있는 겨울 풍경이다. 교육열이 남달랐던 엄마는 중학생인 동생을 강경으로 전학시키는 바람에 금강이 내려다보이는 돌산 꼭대기에서 남동생 둘을 데리고 자취를 했다. 여고시절 나는 강물 같은 누나에서 천천히 사감 같은 누나로 변신 중이었다. 내 공부보다 더 집중해서 장풍을.. 2020. 2. 16. 이전 1 2 3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