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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편지 - 이신율리 『한국문학』 2022년 하반기호 그림 편지 아이는 열두 컷 편지를 가졌다 그것은 열두 잎을 가진 나무의 이야기 아무도 오지 않는 저녁 잎사귀 끝에서 울면 북쪽이 될까 쌀을 씻으면 늙은 개처럼 차분해질까 편지는 어디든 갈 수 있다 붉은 꿩이 날아간 방향이라면 이파리들은 구름 한 채 짓고 아이는 기린이 되고 지붕에 걸린 연을 보느라 편지지 밖으로 발이 빠지고 살구나무가 좋아 저녁으로 사람들이 고인다고 아이가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거기, 내가 화분마다 물을 준다 고장 난 시계태엽을 돌리고 저녁도 없이 밤을 부른다 어둠이 발등에 차린 밥상, 물컹한 가지 조림을 먹고 찬물을 마시고 찬물은 나를 빤히 올려다 보고 식탁 끝이, 언제부터 절벽이었나 생각할 때 멀리서 달려오는 편지가 내게 팔베개를 한다 그림을 그리면 손바닥 만하게 커지는 그 저녁이 우.. 2022. 7. 20.
엄마의 해바라기 엄마 영양제를 해바라기에 주나봅니다. 씩씩하게도 키웠습니다. "딸, 엄마 해바라기야" 톡으로 해바라기가 왔습니다. 2022. 7. 17.
젊은 시인의 視線, 詩選 - 《열린 시학》 2022년 여름호 고선경 - 202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이신율리 - 2022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채윤희 - 202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작품론 - 일상에 대한 시적 전략 / 황치복 문학 평론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긴 주말, 유행이 지난 소풍, 식탁보의 아름다운 레이스는 누구의 솜씨 - 고선경 내일 인도달력, 화요 파스타, 영광 택시 - 이신율리 고양이로 불리는 일, 나나는 레몬을 좋아해, 아스피린 사용법 - 채윤희 - 고선경, 채윤희, 이신율리의 새로운 시선 - 황치복 1. 일상의 미세한 균열들 - 고선경 2. 일상의 특별한 사건들 - 채윤희 3. 일상에 날아드는 마법 - 이신율리 일상을 이루고 있는 요소 가운데 음식처럼 흔히 호명되는 것이.. 2022. 7. 13.
영광 택시 - 이신율리 《열린 시학》2022년 여름호 영광 택시 - 이신율리 발걸음을 세는 일은 맑거나 흐려지는 날씨 그걸 숫자로 바꾸는 일은 잘라버린 꼬리가 자라는 동안 뒤축이 닳은 미터기를 고친다 행진곡을 따라 떠났던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미안해요 난 이제 지도가 없어요 어떤 꼬리들도 그렇다 미터기 속 아이 웃음소리가 살고 새로 난 길이 가라앉거나 떠오르지 않는 살림살이가 좌표도 없이 떠 있다 답은 0이 되거나 밥이 익는다 해나고 바람 불지 않아도 뒤축이 닳는 오늘 반숙 달걀이 첫눈 내리는 표정처럼 명랑할 수 있다면 돼지비계의 마술처럼 사월이 끓거나 씀바귀처럼 알약이 써도 되겠지 더 이상 소화할 것이 없을 때 빈 영수증에 얼굴을 덜어 적는다 빨간 신호에도 멈추지 않는 숫자는 자다가 그린 그림 같아 겹치는 색이 많을수록 정지 버튼을 눌러 공터마.. 2022. 7. 11.
암담초, 풍로초 덥다고 피었다 내가 덥다고 피었다. 2022년 7월 11일 2022. 7. 11.
우선 화요 파스타 - 이신율리 《열린 시학》2022년 여름호 우선 화요 파스타 - 이신율리 우린 화요일을 우선합니다 파스타만 먹는 고양이를 빌려오고 녹색 화병에 파르팔레 파스타 일 인분을 꽂는다 나비의 시간으로 30초 동안 나비가 된다 늦게 도착한 휘파람을 찧어 마법의 소금을 만든다 화요일에 맞춘 산사나무 식탁을 위해 높은 솔을 묶는다 악몽을 꾸고 난 다음 날 파스타를 만들어 생일이 태어나고 수국은 분홍으로 변하고 우선 푸른 나비를 고양이에게 먹인다 병아리콩이 뛰어다니는 화요일을 식탁 위 쓸데없이 즐거운 고양이를 앉히고 먹어, 프라이팬의 날씨야 고양이는 파스타와 레몬 어느 것에 가까울까 나는 새콤하게 와 익숙하게를 경멸한다 자라거나 익기를 거부한다 파스타와 나 사이의 화요일을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계간 『열린시학』 2022년 .. 2022. 7. 9.
내일, 인도 달력 - 이신율리 《열린 시학》2022년 여름호 내일, 인도 달력 - 이신율리 해를 쪼아 먹는 오늘을 쫓았어 인도니까 나뭇가지 끝에 아이들이 매달려있어 점박이 여우나 붉은 물개가 나무 아래 쏟아져 있기도 해 지네와 개구리가 속삭이는 말을 해독할 독이 필요한데 어떤 숫자를 잘라내야 체크무늬 내일이 올까 눈이 커지는 밤은 사흘이면 충분해 가면을 벗고 따라와 등 뒤에 내가 있어 비 오는 수요일을 찾아야 문제를 풀 수 있지 태양의 자세 끝에서 졸고 있는 얼룩말 고약 같은 꿈 꾸면서 박카스처럼 웃지 오답이 늘수록 경쾌해져 스트라이프 티셔츠처럼 괴담을 걸치고 내년 달력 속 수다스러운 동물원으로 놀러 와 꽃 양산 쓰고 새로 산 블라우스 입고 노랑과 샛노랑과 사바나캣을 만날 때까지만 가끔 세상에 없는 안부를 물으며 찌개가 끓어 저울로 잴 수 없는 내일도 동물에 포함.. 2022. 7. 5.
가르쳐보고 알게 된 것들 - 김만곤 지음 다음 블로그 ‘파란편지’ 선생님 오랜 시간 교육계에 계시면서 ‘가르쳐보고 알게 된 것들’을 엮은 책은 편안하기도 따뜻하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뭔가 잘못된 것들에 찔려 아프기도 했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방법’에서 선생님은 기막히게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라고 표현하셨다. 그런 아이들을 어떻게 성공시켜야 할까 하는 무한 책임을 절감한다고, 그런 교육 안에서 우리 모두는 햇살 같은 아이들이 그렇게 자라기를 힘써야 한다고, 나는 과연 아이들을 몇 번이나 그런 생각으로 대해봤을까, 이 나라의 교사들이, 어른들이 사랑으로 가득한 이 책을 읽는다면, 세상은 얼마나 어떻게 변할까 상상해본다. 암기하고 또 암기뿐이었던 시절 그래야만 앞에 섰던 그 시절에서 지금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로 얼마나 바뀌고 있나, 다 같이.. 2022. 6. 29.
산음 휴양림 휴양림 가늘 길 접시꽃이 필 때구나 숲속의 집 점심 먹고 숲으로 가야지 오리나무 숲이다 어릴적 소꿉살 때 돈이 되었던 오리나무 이파리 십원 이십원 삼십원 아, 고개 아파라 3년만에 왔네 먼 곳으로만 좋다고 다니다가 지금 땅나리도 필 때지 너 보려고 이때 왔지 숲은 여전히 이렇게나 푸르고나 나도 푸르러야 하는데 그러면서... 다래넝쿨만 보면 왜 타고 싶은지 한 70까지만 타야지 아니 힘 닿는데까지 ㅋㅋㅋ 데미안님 말씀처럼 이번엔 냇가 바위 위에선 안 탔어요 요기도 사진보니 돌 몇 개 있구만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온다 잘 되었다 시나 쓰자고 ... 쏟아붓듯이 온다 시원키도 하고 야영장에서 캠핑하는 사람들 걱정도 되고 글 쓰다 가끔 창가로 와서 나무이파리를 본다 신나서 소리치는 모습을 아침 만두를 먹고 일찍 .. 2022. 6. 24.